
요즘 패션 감각을 더한 모바일 기기와 관련 액세서리가 눈에 많이 띈다. 삼성전자 갤럭시 플립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플립 시리즈는 여심을 겨냥한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케이스티파이 스마트폰 케이스도 비슷한 사례다. 이 업체 케이스는 비싸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워치 ‘줄질’도 같은 선상에 서 있다. 줄질이란, 스마트워치 시곗줄을 취향에 따라 교체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겉으로 보이는 외관을 중시하는 것으로, 패션과 맞닿아있다. 이를 통해 상황에 맞는 시곗줄을 착용하거나, 자신의 개성을 숨김없이 표출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 사용자들이 줄질을 하는 이유다.
최근 여성 사용자를 겨냥한 스마트폰이 공개됐다. 9월 1일(현지시간)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Honor)가 IFA 2023에서 ‘아너 V 펄스’라는 폴더블폰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V 펄스는 작은 핸드백이나 클러치백처럼 생긴 콘셉트 폴더블폰이다. 실제 출시할 제품 라인업에 포함된 제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너 V 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디자인이다. V 펄스는 언뜻 보면 여성들이 휴대하는 작은 가방처럼 생겼다. 제품 측면에는 어깨에 걸쳐 휴대하도록 끈이 달려있다. 겉으로 보이는 면은 가죽 질감인데, 사실은 디스플레이다. 배경화면으로 여성용 핸드백에서나 볼 수 있는 가죽 무늬를 표현한 것이다. 가방처럼 보이도록 카메라 하단에 포인트를 준 점도 돋보인다.
아너에 따르면 끈과 배경화면은 상황에 맞게 교체 가능하다. 아너는 금속 체인 형태와 진주가 달린 형태 등 두 가지 V 펄스용 끈을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배경 화면을 바꿔서, 원하는 무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단순히 무늬만 들어간 디자인부터, 체인이 달린 핸드백을 표현한 배경화면까지 선택지는 다양하다.
아너는 패션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협력해, 다양한 배경화면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만약 제품이 출시된다면, 여러 사용자 취향에 맞는 배경화면을 설정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용자에게 꽤 유용하게 쓰일 듯하다. 그날그날 옷차림에 맞는 배경을 고를 수 있어서다.

단 기능과 실용성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핸드백 무늬를 계속 표시하려면, 디스플레이가 켜져있어야 한다. 배터리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올웨이즈온디스플레이(AOD)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긴하다. 그러나 AOD는 생생한 무늬를 표현하기 어렵다. 아이폰 14 시리즈에 적용된 AOD가 그렇다. 배터리 소모를 줄여야 해 일반 화면보다 색감이 떨어진다.
V 펄스 설계도 발목을 잡는다. 이 제품은 아웃폴딩을 채택했다. 아웃폴딩이란 화면을 바깥으로 접는 방식을 뜻한다. 최근 나오는 폴더블 스마트폰은 모두 인폴딩 방식이다. 아웃폴딩은 지난 2019년 화웨이가 메이트 X에 적용해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화웨이는 아웃폴딩을 앞세워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와 경쟁했다.
결과는 인폴딩의 승리였다. 아웃폴딩은 화면을 밖으로 접기에,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된다. 화웨이의 부족한 기술력으로,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디스플레이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는 아웃폴딩이 인폴딩과 경쟁에서 패배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인폴딩 폴더블폰을 내놓은 아너가 왜 V 펄스에 아웃폴딩을 적용했는지 의문이다. 아웃폴딩 스마트폰을 핸드백처럼 어깨에 메고 다니면, 반드시 생채기가 날 수밖에 없다. 항상 외부에 노출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폴더블폰 액정은 일반 바(Bar)형 제품 디스플레이보다 약하다. 생각보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흠집이 생길 수 있다.
힌지 내구성은 최대 40만회라고 하는데, 쉽게 믿기 어렵다. 보통 중국 폴더블폰 제조사가 밝힌 힌지 내구성은 자체 테스트 결과다. 힌지 내구성은 어떤 환경에서 어느 정도 속도와 힘으로 화면을 여닫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제조사가 밝힌 것보다 내구성이 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모토로라 레이저 40 시리즈가 그랬다.
아쉽지만 V 펄스는 콘셉트 제품이기에, 가격과 사양을 알 수 없다. 아너는 V 펄스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줬다. 그러나 사용 환경이나 기능적 측면은 고려하지 못한 설계가 아쉽다. 아너가 V 펄스와 비슷한 개념의 기기를 실제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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