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헤르손의 파괴된 안토노우스키 다리 앞에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서있다. (출처: AP연합뉴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단순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만 영향을 미친 건 아닙니다. 양국 간의 전쟁은 천연가스를 비롯해 각종 에너지와 식량 자원 공급망에 차질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특히 에너지 자원의 경우 러시아 의존도가 상당합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에요.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천연가스의 거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어요. 그런데, 전쟁으로 EU 각국이 러시아로부터 등을 돌리며, 절반 가까이 수입해 사용하던 에너지 자원에 공백이 생긴 겁니다.
전쟁이 촉발한 유가 폭등 그리고 유럽 내 대체 에너지 개발
리튬 이온 배터리 (출처: 로이터)
결국 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를 수입하기 어려워진 유럽 전역에서는 원유의 러시아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양국 간의 전쟁이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촉발한 셈인데요. 이러한 청정에너지를 포함해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워싱턴 포스트의 최근 보도를 인용해 유럽에서 모래로 만든 배터리에 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어요.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산하 글로벌 에너지 센터의 유럽 에너지 안보 부국장인 올가 카코바(Olga Khakova)는 전쟁이 유럽 내 청정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고 말했어요.
덕분에 현재 EU 내 에너지 전문가 간 협력이 촉진되면서 청정에너지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리튬 이온 배터리의 대안이 될 ‘모래 배터리’입니다.
모래 배터리, 어떤 원리로 생산될까
(츨처: 폴라 나이트 에너지)
지난해 7월, 핀란드의 폴라 나이트 에너지(Polar Night Energy)는 세계 최초로 모래 배터리 개발했습니다. 현재도 모래 배터리는 생산되고 있는데요. 태양열이나 풍력 에너지는 친환경적이지만,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정한 에너지 공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런데, 모래 배터리는 이러한 친환경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해요.
배터리 역할을 하는 건 100t(톤)가량의 모래가 담긴 원통형 철제 구조물입니다. 원리는 태양열이나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원통 안에 저장하는 방식이에요. 전기가 원통 안의 모래를 만나면, 저항 때문에 열이 발생한다고 해요. 이 열은 모래를 최대 500도까지 달굽니다. 열을 머금은 모래에서는 열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모래에 저장된 열에너지는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습니다.
모래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어떤 장점 있는데?
(출처: 국제 앰네스티)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에 따르면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코발트와 니켈을 채굴하는 데 수많은 아동이 동원된다고 해요.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최대 코발트 생산국 콩고민주공화국에선 무려 4만 명의 아동이 코발트를 채굴 중입니다. 아이들은 비좁은 인공 터널에서 돌 가방을 메고 하루 최대 12시간씩 일한다고 해요. 그런데, 정작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하루에 1~2달러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기본적인 장갑이나 작업복, 마스크도 없이 코발트를 채굴했다고 해요. 이는 각종 피부질환과 영구적인 폐 손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2014년에서 2015년까지 1년 간 최소 80명의 아동이 코발트를 채굴하다가 사망했다고 해요. 결국 리튬 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수많은 아동 인권 침해가 수반됐다고 지적됩니다.
모래 배터리는 이러한 아동 인권 침해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게다가 리튬 이온 배터리는 배터리로 인한 화재 등 여러 위협을 안겨줍니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 사건도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 과열로 인한 화재였죠.
(출처: CNN)
문제는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는 발생하면, 진압하기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초, 뉴욕에서 발생한 전기 스쿠터로 인한 대규모 화재는 200명의 소방관이 출동해 겨우 진압했다고 알려졌죠. 모래 배터리는 이러한 위협의 안전한 대안이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전해액’이란 액체가 있습니다. 이 전해액이 불에 잘 붙는 가연성 물질이라서, 화재 발생이 잦은 거라고 해요. 그런데, 모래는 물에 붙는 물질이 아닙니다. 그래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낮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죠. 또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고 해요.
모래 배터리에 사용되고 남은 모래 (출처: 폴라 나이트 에너지)
다만 현재로선 난방 에너지로만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해요. 모래 배터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열 에너지를 전기로 다시 전환해야 하는데요. 그러려면 터빈을 비롯해 다른 복잡한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고 해요. 그렇기에 전기차에 적용되는 등 활용 범위를 넓히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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