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Isilicon)
최근 화웨이가 깜짝 공개한 ‘메이트 60 프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 네트워크 속도 측정 결과 5G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이후 5G 스마트폰 제작에 애를 먹었다. 미국 기술력이 들어간 반도체 사용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화웨이가 어떻게 스스로 5G를 지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월 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메이트 60 프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기린 9000S’이라고 전했다. 기린 9000S는 화웨이 산하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하이실리콘에서 제작한 AP로 알려졌다. 생산은 중국 반도체 제조사 SMIC가 맡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시장분석 업체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에 따르면 기린 9000S는 SMIC 2세대 7나노(nm·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작됐다. 이는 구세대 N+1 공정을 개선한 것으로, SMIC는 N+2 공정이라 부른다. 앞서 SMIC는 지난 2020년 2세대 7나노 공정(N+2)를 언급한 바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N+2 공정을 5나노 공정으로 분류하기도 하나, 확실하진 않다.
(출처:Huawei)
5나노 보다 7나노 공정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SMIC가 7나노 공정 활용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어서다. 지난해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비트코인 채굴기용 시스템온칩(SoC)으로 쓰이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SMIC는 2021년부터 이 7나노 SoC를 공급해왔다고 알려졌다. 당시 테크인사이트는 “TSMC 7나노 공정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참고로 7나노 공정은 최신 기술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출시한 애플 아이폰 XS에 탑재된 A12 칩이 7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5년 전 출시된 스마트폰 SoC에 쓰이던 기술인 셈이다. 최신 스마트폰 SoC는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되며, 조만간 3나노 공정이 쓰일 전망이다. 즉 7나노 공정 AP를 탑재한 메이트 60 프로는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중국 현지에서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 속에서 5G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내놨다는 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GlobalTimes)는 메이트 60 프로에 대해 “5나노 공정(확실치 않음) 공정 기술과 스태킹(적층) 구조로 제조된다”며 “하모니OS(화웨이 독자 운영체제)로 미국 제재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출처:SCMP)
중국 현지에서는 기린 9000S가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스태킹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 IT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Hardware)는 “어떻게 스태킹 기술을 활용했는진 불분명하다”며 “마더보드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CPU와 GPU 집적회로(IC) 위에 모뎀 IC를 쌓거나, 일부 요소를 분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화웨이가 대외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지난달 말,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를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매체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300억달러(40조2000억원) 상당 지원을 받아, 현지 전역에 비밀 반도체 생산 시설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단 이 주장은 겉으로 드러난 명확한 근거가 없어 100% 신뢰하긴 어렵다.
마지막은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AP가 미국 제재 이전에 비축한 물량일 가능성이다. SCMP는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기 전인 2020년 9월 이전, 화웨이가 자체 SoC 물량을 확보해뒀다고 강조했다. 기린 9000S 이전에 화웨이는 대만 TSMC 5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기린 9000’를 사용했다. 즉 기린 9000S는 비축분을 개선한 AP라는 뜻으로 읽힌다.
(출처:Huawei)
단 이 경우 한계가 명확하며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축분이 모두 동나면 더 이상 화웨이가 5G SoC를 생산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정면돌파했다는 중국 현지 매체들의 평가도 무색해진다. 화웨이가 이처럼 금방 들통날 편법을 사용했을지 미지수다.
한편 화웨이는 미국이 제재를 강화한 2020년 하반기부터 5G 칩을 구할 수 없게 됐다. 이후 화웨이는 최신 AP를 사용할 수 없었고, 화웨이 제품은 모두 4G만 지원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격히 추락한 이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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