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 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현실(VR)에 대한 관심은 급증하고 있다. VR 헤드셋 제작으로 유명한 메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V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의 메타버스 개발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Reality Labs)은 가상현실 헤드셋 착용자를 위한 가상 키보드 기술을 제작하고 있다. 일반적인 형태의 물리적인 키보드와 달리 특정한 형태가 없다. 사용자는 헤드셋만 착용하면 아무것도 없는 맨 책상을 키보드처럼 활용할 수 있다.

개발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8월 30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인 테크레이더(TechRadar)는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 가상 키보드에 대한 소식을 보도했다.
업로드된 영상에는 마크 저커버그가 앤드류 보스워스(Andrew Bosworth)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가상 키보드를 시연하는 모습이 담겼다. 메타의 V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 2를 착용한 두 사람은 ‘타이핑 테스트 모드(Typing Test Mode)’로 맨 책상에서 가상 키보드 대결을 펼쳤다.
분당 100개의 단어(100wpm)를 입력한 마크 저커버그는 분당 119개의 단어(119wpm)를 작성한 보스워스보다 느렸다. 분당 단어수(wpm)는 정확도보다 속도에 초점을 둔다. 대결에서 우승한 보스워스는 저커버그가 타자 연습이 더 필요해보인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외신들은 분당 100개에서 200개의 단어수를 입력할 수 있는 메타의 가상 키보드 성능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성인의 일반적인 타자속도는 분당 40개(40wpm)로 알려져 있다. 전문적인 타이피스트는 분당 70개에서 120개의 단어를 입력한다. 일반적인 성인과 전문 타이피스트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용하기에 좋은 성능이다.

무엇보다 헤드셋은 주변 장치가 없어도 손가락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추적했다. 메타는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VR 전문 매체인 업로드VR(UploadVR)은 영상 속 책상에 있는 큰 기준 마커가 손가락의 움직임 추적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흑백 사각형 모양의 기준 마커는 가상 키보드를 배치한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알려준다. 테크레이더는 기준 마커가 없어도 가상 키보드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메타의 최종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업로드VR은 아직까지 오늘날의 VR과 증강현실(AR) 환경에서 텍스트 입력은 매우 번거롭고 PC와 스마트폰보다 느리다고 설명했다. 테크레이더도 VR의 플로팅 키보드가 실제 장치의 속도와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번에 하나씩 누르는 불편을 겪는다고 언급했다. 메타의 가상 키보드는 기존 VR 키보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게임 전문 매체인 게임이즈하드(GameIsHard)는 메타의 가상 키보드는 대부분의 타자 속도를 따라가며 우수한 진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메타의 가상 키보드 기술이 물리적인 키보드나 다른 주변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술적인 혁신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상 키보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마크 저커버그의 게시글에 댓글을 남긴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약 10년 전 가상 키보드로 타이핑을 할 때 촉각 피드백이 지연돼서 불편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이즈하드는 키보드를 타이핑할 때 전달되는 느낌을 우려했다. 평평한 표면에 키를 투사하는 기존 레이저 키보드는 키를 누르기 위해 더욱 많은 힘을 실어야 했다. 레이저 키보드처럼 일반적인 평면에 타이핑을 하는 메타의 가상 키보드도 유사한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동일한 문제가 가상 키보드에서 반복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IT 매체인 PC매그(PCMag)는 VR과 AR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컨퍼런스인 메타 커넥트 서밋(Meta Connect Summit)에서 가상 키보드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타는 9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가상으로 개최되는 메타 커넥트 서밋에서 올 가을 499달러(약 65만 9000원)로 출시될 메타 퀘스트 3 VR 헤드셋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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