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uawei)
스마트폰 제조사는 일정한 주기로 제품을 출시한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선보일 제품군이 정해져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바(Bar)형 스마트폰, 하반기에 폴더블폰을 각각 공개한다. 보통 제조사는 발표 시기가 다가오면 신제품 공개 행사 일정을 확정해 공개한다. 이에 사용자는 제조사가 언제 어떤 제품을 내놓을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화웨이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깜짝 출시했다. 8월 30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GlobalTimes)는 화웨이가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메이트 60 프로’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화웨이는 프로 제품군 출시 바로 다음 날 기본 모델도 선보였다.
화웨이 스마트폰 라인업은 크게 P 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로 나뉜다. 상반기에는 P 시리즈, 하반기에는 메이트 시리즈가 출시된다. 미국 제재로 출시 일정이 다소 뒤틀리긴 했지만, 화웨이는 틈틈이 P 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화웨이는 지난 2021년 P50을 공개하고 이듬해에는 건너뛰었다. 2022년 하반기에는 메이트 50 시리즈를 발표했다.
(출처:Huawei)
이를 고려하면 메이트 60 시리즈 출시는 놀랍지 않다. 원래 나와야 할 시점에 출시된 것이다. 하지만 메이트 60 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전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메이트 60 프로가 5G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웨이는 그간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테스트를 진행한 사용자를 인용하며 “메이트 60 프로는 5G 성능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어느 정도 속도를 기록했다는 걸까. IT 매체 기즈모차이나(GizmoChina)가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중국 현지 메이트 60 프로 네트워크 속도를 보면 업로드 264Mbps, 다운로드 275Mbps다. 4G 속도(100Mbps)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황상 메이트 60 프로는 5G 수준 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이나, 확실하지 않다. 제조사 공식 설명이 없어서다. 보통 제품이 출시되면 사양도 공개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화웨이는 메이트 60 프로가 어떤 핵심 부품을 사용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화웨이는 제품에 어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모뎀 칩을 탑재했는지 함구했다.
(출처:Huawei)
메이트 60 프로 사양은 현지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메이트 60 프로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 9000S(Kirin 9000S)’ AP를 탑재했다. 이 칩은 2년 전 메이트 40 시리즈에 탑재된 기린 9000 개선판으로 보인다. 벤치마크에서 확인된 기린 9000S 사양은 퀄컴 스냅드래곤 888수준이다. 아쉽지만 모뎀 칩에 대한 정보는 없다.
중국 화웨이는 한때 잘나가던 스마트폰 제조사였다. 한창 화웨이가 급부상하던 시절에는 삼성전자, 애플마저 위협할 정도였다. 그러나 화웨이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중 패권다툼으로 인한 고강도 제재로, 화웨이 제품은 경쟁력을 잃었다. 미국은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5G 모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걸었다.
화웨이는 안드로이드를 자체 개발 하모니OS로 대체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5G 모뎀이었다. 제재 이후 화웨이는 4G 모뎀을 품은 구형 AP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기술적으로 뒤처진 제품이 경쟁력 있을 리 없다. 대중 제재 이후 화웨이 스마트폰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출처:Gizmochina)
물론 화웨이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설계를 타사에 빌려줘 이름만 다른 동일 제품을 출시하거나, 5G를 지원하는 전용 스마트폰 케이스를 개발하는 등 우회로를 강구했다. 자사 스마트폰에 5G 모뎀을 탑재할 수 없으니, 몇 가지 꼼수를 쓴 것이다.
메이트 60 프로가 실제 5G 모뎀을 탑재했다면, 화웨이는 일부 제재 파훼법을 확보한 셈이다. 단 완전한 돌파구라고 보긴 어렵다. 스마트폰 경쟁력은 반도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8나노(㎚·10억분의 1m) D램,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대중 수출을 통제했다. 최근엔 28나노 반도체 수출 금지도 고려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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