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지난 7월, TSMC 마크 리우(Mark Liu) TSMC 회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이 2025년으로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사는 본래 5나노 공정 칩을 생산하는 제1공장을 2024년에 완공할 계획이었습니다. 이후 2026년에는 3나노 공정 칩을 생산하는 2기 공장을 완공하는 게 목표였죠. 하지만, 1기 공장 완공 시점부터 기존 계획이 꼬인 겁니다.
회사는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투입된 현지 인력의 ‘숙련도’를 연기 이유로 들었습니다. 현재 공장에는 1만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노동자 수가 부족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TSMC는 시설 완공에 큰 역할을 할 전문 지식을 갖춘 노련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했어요. 이에 TSMC는 대만에서 전문 엔지니어를 파견해 현지 근로자를 훈련하고, 대만 전문 인력을 추가로 파견했습니다.
TSMC 애리조나 현장 가동 지연에 불똥 튄 미국 기업들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현장 (출처: TSMC)
사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미국 기술 기업에 상당히 중요한 곳이에요. 지난해 12월,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TSMC 애리조나 공장 장비 반입식에 참여해 “이제 많은 사람의 노력 덕분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문구를 제품에 새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어요.
애플은 궁극적으로 애리조나 공장에서 칩을 조달할 계획이에요. 엔비디아와 AMD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TSMC 공장 가동이 연기된 건 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에요. 무엇보다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생성하는 데 급급한 미국 정부도 결코 반기지 않을 이야기인 건 분명합니다.
“관리 부실한 회사 탓”…현지 노조, TSMC 주장에 반발
마크 리우 TSMC 회장(왼쪽)과 애리조나 공장 현지 근로자들(오른쪽) (출처: 로이터, AP)
그런데, 최근 TSMC가 설명한 공장 가동 연기 이유와 전혀 상반된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8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BI)에 따르면 현지 직원들은 공장 건설이 회사의 관리 부족으로 지연됐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BI는 현재 TSMC가 대만의 전문 인력 500명을 미국에 파견하고자, 비자 발급에 집중 중이라고 해요.
현지 노동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현지 인력의 숙련도가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관리 부족이 공장 가동을 연기했다고 비판했는데요. 약 4000명이 넘는 애리조나 노동자들이 가입한 ‘애리조나 파이프 트레이드 469 연합(Arizona Pipe Trades 469 Union)은 미국 국회에 대만 인력의 비자 신청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어요. 그들은 TSMC가 의도적으로 현지 인력의 기술력을 평가 절하하며, 회사 입장에서 저렴한 대만 인력으로 교체하고자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TSMC 애리조나 공장 (출처: 닛케이 아시아)
애리조나 현장에서 약 1년간 일했던 한 파이프 배관공은 BI에 TSMC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그는 회사가 원하는 공장 건설에 원하는 정보를 명확히 제시하면 대부분의 노동자가 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 하지만 TSMC는 대만 전문 인력 파견으로 미국 노동자가 일자리 위협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노동자들은 회사가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며 그저 ‘빨리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어요.
안전 관리, 자재 수급도 잘 안돼…전반적으로 혼돈인 애리조나 현장
(출처: AFP)
현재 TSMC 애리조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에선, 이전에 인텔 공장 건설을 위해 투입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말하는 ‘숙련도 부족’은 애초에 어불성설이라는 게 노동자들의 입장이에요. 공장을 지을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회사의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자재 수급도 제대로 안 되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반면 인텔은 시설 장비를 구현할 때, 어떤 식으로 만들고 싶은지와 마감 기한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해요. 당연히 전반적인 계획도 공유됐겠죠. 하지만 TSMC는 그저 ‘이걸 만들어라’라고 요구 사항만 간단히 던지고 마감 기한이나 계획조차 공유하지 않았다고 해요. 대신, 대부분의 작업이 때로는 해독하기 어려운 내용의 메모와 사진 등을 참조해 이뤄졌다고 합니다.
(출처: azpipetrades)
한 용접공은 현재 가장 큰 문제가 원활하지 못한 자재 수급이라고 지적했어요. 그에 따르면 현장에 필요한 자재를 받는 데 며칠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해요. 심지어 건축법 위반도 흔히 벌어졌고,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장치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TSMC는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는데요. 회사는 안전 표준에 따라 정기 감사를 받고 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처럼 현지 노동자와 TSMC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국에서 칩을 조달받고자 하는 애플과 현지 기업의 계획도 연기되고 있는데요. 창립 후,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조 없이 경영해온 TSMC에 이번 갈등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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