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 7 프로 (출처:Google)
최근 위성 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는 메이트 50 시리즈와 함께 위성 통신 기능을 선보였다. 화웨이 위성 통신은 중국판 위성항법시스템(GPS) 베이더우를 활용한다. 화웨이에 따르면 이 기능을 활용하면 조난 등 위급 상황에 스마트폰으로 짧은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같은 해, 애플도 아이폰 14 시리즈를 출시하며 ‘긴급 SOS’라는 위성 통신 서비스를 도입했다. 애플 긴급 SOS 역시 구조 요청용이다. 위기 상황 시 위성 통신으로 응급 서비스 기관이나 애플 중계센터로 구조 메시지를 전달한다. 애플은 서비스 구현을 위해 미국 위성 통신업체 글로벌스타와 협력했다. 이리듐은 애플 긴급 SOS에 네트워크 용량 85%를 할당했다.
두 회사를 시작으로 위성 통신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구글이다. 8월 28일(현지시간)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구글이 모바일 네트워크 접속 없이, 응급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위성 SOS 기능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조 메시지를 전송하기 위한 유저인터페이스(UI)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출처:Neïl Rahmouni)
매체는 개발자 넬 라무니(Neïl Rahmouni)가 찾아낸 구글 메시지 앱 소스 코드를 근거로 들었다. 소스 코드에는 ‘위성을 통한 메시지 전송이 종료됐다. 긴급 상황에 대한 질문이 있는 경우 문자로 가민 리스폰스에 전화하라’, ‘새 긴급 상황을 신고하려면 지역 번호로 전화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구글이 위성 통신을 구현 중이라는 얘기다.
문구에 등장한 가민 리스폰스는 GPS 기기 제조사 가민(Garmin)의 응급 구조 서비스다. 사용자가 긴급 구조를 요청하면, GPS 좌표 등 필요한 정보가 위성을 통해 전송된다. 가민은 미국 위성 통신 업체 이리듐과 협력해, 이 서비스를 구축했다. 가민 리스폰스에 사용되는 위성 수는 66개라고 하며, 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이 가민과 손잡고 위성 통신 구조 서비스를 구현하면, 애플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위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가민 리스폰스는 현재 전 세계 150개 이상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애플 긴급 SOS의 경우 현재 14개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가민 리스폰스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애플 위성 긴급 SOS (출처:Apple)
구글은 이전부터 위성 통신 서비스 개발 의지를 피력해왔다. 히로시 로크하이머(Hiroshi Lockheimer) 구글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9월 “우리는 위성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다”며 “다음 버전의 안드로이드에서 이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도록 파트너를 지원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음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 14’로 올해 하반기 출시될 전망이다.
단 구글이 안드로이드 14에 해당 기능을 도입하더라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위성 통신을 사용하려면 하드웨어도 뒷받침돼야 한다. 제조사에서 위성 통신을 지원하는 기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문자열이 메시지 앱에서만 발견됐다는 점도 다소 의아하다. 라무니는 문자열에 대해 “추후 삭제되거나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다양한 업체가 위성 통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퀄컴은 올해 초 위성 통신 서비스 ‘스냅드래곤 세틀라이트’를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퀄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2세대, 모뎀 칩 스냅드래곤 X75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아직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퀄컴 작품인 만큼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스냅드래곤 세틀라이트 (출처:Qualcomm)
상당수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퀄컴 스냅드래곤 AP와 모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당시 퀄컴 측은 아너, 모토로라,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언급하며, 파트너사에 위성 통신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이외 주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에 스마트폰에서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삼성전자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퀄컴 위성 통신 기능이 탑재될지는 알 수 없다. 갤럭시 S24는 퀄컴 스냅드래곤과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2400 칩을 병행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위성 통신 도입 의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앞서 노태문 MX 사업부장(사장)은 “이 부분(위성 통신)이 준비가 되면 제품에 적용하고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