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판매 경쟁 못지않게 치열한 게 바로 충전 인프라 경쟁입니다. 전기차 충전 규격은 나라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마치 안드로이드가 USB-C 타입 충전 규격을, 애플이 라이트닝 케이블을 고수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그런데,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제각기 다른 충전 규격이 소비자들에게 큰 불편 사항으로 지적됐습니다. 결국 최근 들어 전기차 충전 규격 통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죠.
테슬라는 북미 시장에서 ‘NACS’라는 독자 규격을 고수하고 있어요. 그래서 본래 회사의 급속 충전소인 ‘슈퍼 차저(Supercharger)’는 테슬라 차량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 가장 보편화한 충전 규격은 ‘DC 콤보(DC Combo)’의 CCS1 타입 충전 규격이에요.
독점 운영하던 슈퍼차저 개방한 테슬라…충전 규격에서도 표준이 되나
그런데, 최근 테슬라가 슈퍼차저를 타사에도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테슬라에 보조금을 획득하려면 독자 운영 중인 슈퍼차저를 타사에 개방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시장을 달리는 대부분의 전기차가 DC 콤보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테슬라 슈퍼차저의 충전 케이블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테슬라 매직독 (출처: TeslaCharging)
회사는 이에 ‘매직독(Magic Dock)’을 발표해 슈퍼차저 개방에 속도를 냈어요. 매직독은 기존 슈퍼차저 케이블에 매직독을 연결해 CCS1 타입 케이블을 사용하는 전기차도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인데요. 테슬라는 인프라 투자를 발 빠르게 한 덕에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점유율 60~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인프라 투자에 더뎠던 다른 제조사는 아예 테슬라의 충전 규격을 따르겠다고 나서고 있어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충전 네트워크 구축이 하드웨어 규격 변경보다 더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에요. GM과 포드, 벤츠, 닛산, 리비안 등이 테슬라 규격을 따르겠다고 밝히면서, 테슬라 NACS가 북미의 새로운 충전 표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돈벌이 수단 아냐’…테슬라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념이었던 슈퍼차저
(출처: 뉴스1)
그동안 슈퍼차저는 별도의 이익 창출 사업이라기 보단, 테슬라 차주를 위한 서비스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갈수록 비싸지는 슈퍼차저 충전 비용에 ‘무슨 서비스냐’라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요. 타사보다 확대된 충전 인프라는 차주에게도 편리함을 증대했고, 동시에 회사의 전기차 판매를 증진하는 요소였죠. 슈퍼차저 자체가 회사에 큰 수익을 얻기 보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테슬라만의 강점이라고 해석되곤 했어요.
슈퍼차저가 처음 등장했던 지난 2012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장(CEO)는 슈퍼차저가 “이익을 얻는 충전소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슈퍼차저의 수익성이 낮다는 걸 강조했어요. 그만큼 슈퍼차저로 돈 벌 계획은 원래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최근 회사가 슈퍼차저를 타사에도 개방하면서 슈퍼차저가 그 자체로 전망이 좋은 사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사업성 무궁무진한 슈퍼차저…테슬라 새로운 효자되나
지난 25일, 오랜 기간 테슬라에 대해 분석한 댄 아이브스(Dan Ives)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 애널리스트는 오는 2030년까지 테슬라 슈퍼차지 사업이 회사 매출의 전체 6%까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연간 100~200억 달러의 수익을 얻어낼 거라고 덧붙였죠.
현재 포드와 GM, 벤츠 등의 거대 제조사가 NACS 규격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한 만큼 테슬라가 EV 충전 표준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되면, 테슬라는 충전소 확대해야 하는데, 인프라 구축엔 비용이 들어가요. 그래서 타사 차주에게는 테슬라 차주보다 더 많은 충전 요금을 부과해, 인프라 구축을 위한 명분으로 삼을 수 있어요. 이는 결국 차량 매출을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테슬라가 충전 인프라를 선점하면서, 타사 고객도 테슬라 생태계에 가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현재도 타사 고객이 슈퍼차저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테슬라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야 합니다. 결국 더 많은 잠재 고객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회사가 전기차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도움이 돼요.
또 궁극적으로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확장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합니다. 이는 회사의 목표와도 맞닿는 지점인데요. 결국 충전 인프라가 확산될수록,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테슬라에게도 큰 이익을 남길 거란 분석입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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