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헤드폰 ‘에어팟 맥스’ 사용자들이 제품에 습기가 차 고장 나는 문제가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해외 온라인 매체 404미디어는 애플이 이 문제로 소송을 건 사용자와 합의 중이라는 소식을 8월 22일(현지시간) 전했다.
■ 에어팟 맥스 습기 논란, 출시 직후부터 이어져
에어팟 맥스에 습기가 차는 현상은 2020년 12월 제품이 출시된 직후 발견됐다. 2021년 1월, 애플 관련 소식을 전하는 매체 맥루머스(MacRumors)는 에어팟 맥스 이어컵 안쪽에 물기가 맺혔다는 사용자의 제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에어팟 맥스 이어컵은 본체에 자석으로 고정돼 있다. 이 부분을 분리하자 안쪽에 물기가 맺힌 게 보인다. 당시 매체는 이 현상이 제품 온도와는 관계없어 보이며, 사용자에 따라 몇 시간가량 사용한 뒤에 나타나거나 불과 1~2시간 만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알렸다. 물기가 제품 안쪽에 흘러 들어가기도 했는데, 한 사용자는 물이 안쪽으로 들어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맥루머스에 제보했다.
어째서 에어팟 맥스 안쪽에 물기가 맺혔을까. 일각에서는 에어팟 맥스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응결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알루미늄은 열전도율이 높아 주변 공기나 체온보다 쉽게 차가워진다. 더운 여름 에어팟 맥스를 착용하고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면 헤드셋 주변 습도와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때 발생한 습기가 에어팟 맥스의 차가운 표면에 응결되면서 물기가 맺힌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다.
제품이 출시된 지 거의 3년이 다 된 지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 논란이 갑자기 재점화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404미디어는 무상보증 기간이 지난 에어팟 맥스가 늘어나면서 수리가 불가능한 사례가 많아지고,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응결 현상이 더욱 쉽게 일어나면서 해당 문제가 다시 주목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 2년째 소송 진행 중…애플의 입장은?
2021년 존 킬리라는 소비자가 이 문제로 애플을 고소했다. 에어팟 맥스를 불과 1시간 사용했는데 안에 물이 맺히면서 성능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결함으로 인해 전반적인 사용 경험과 제품 가치가 하락했다고 항의했다.
그는 다른 소비자가 제보한 사례를 통해 △에어팟 맥스에서 소리가 나지 않거나 음질이 저하되는 문제 △착용 여부를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 △이상한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 △노이즈 캔슬링 성능 저하 문제 △배터리 충전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위터와 유튜브, 레딧, 애플 포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많은 소비자가 비슷한 증상으로 불편을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과연 애플은 책임을 인정했을까. 애플 변호인단은 응결 현상이 발생한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애플은 사전 고지를 충분히 전달했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변호인단은 다른 헤드셋에도 응결 현상이 발생하며, 에어팟 맥스는 이어컵이 쉽게 분리돼 비교적 눈에 잘 보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1월 맥루머스는 소니 WH-1000XM3 헤드폰에도 동일한 응결 현상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매체는 헤드셋이 귀 주변을 밀착하는 경우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응결 현상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이 내용을 접한 애플 제품 수리업체 아이코다이렉트(iCordirect)는 에어팟 맥스에 명백한 설계 결함이 있다고 반박했다. 응결 현상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더라도 이때 맺힌 물이 내부 부품을 손상시키는 건 결함이 맞는다는 이야기다. 업체는 에어팟 맥스에 애플워치 같은 방수 처리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애플워치 내부 부품과 회로에는 방수 코팅이 적용돼 침수로 인한 손상을 방지한다.
한편 변호인단은 원고가 에어팟 맥스를 애플이 권장하는 방식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원고가 에어팟 맥스를 착용한 상태로 산책하다가 응결 현상이 발생했다고 진술한 부분을 지목하면서 “산책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라며, 원고가 에어팟 맥스를 착용하고 가파른 언덕을 등반하는 걸 산책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에어팟 맥스 응결 현상을 겪은 사용자들은 대부분 장시간 사용하거나 야외에서 운동할 때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단은 애플이 이런 사용 환경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에어팟 맥스에는 방수 기능이 없으며, 애플은 에어팟 맥스 사용자들에게 습기가 찰 만한 모든 활동을 피하라고 공지했다며 책임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 법정 다툼 아직 ‘진행 중’…소비자 대응 방안은?
소식을 보도한 외신들에 따르면 양측은 합의 기한을 9월 6일로 연장하고 협상 중이다. 단, 애플 측은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대응할 방법은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제품을 반품하거나, 계속 사용하되 추후 수리가 용이하도록 보증 서비스 ‘애플케어플러스’에 가입하는 방안이 있다. 일부 사용자는 응결 현상이 발생해도 제품이 잘 고장 나지 않게 조치할 방법을 찾았다. 이어컵을 분리하면 상단에 작은 구멍이 있는데, 이 부분에 테이프를 붙여 가리면 물이 침투하지 않아 고장 나지 않는단다.
재판 특성상 판결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에어팟 맥스를 착용하고 장시간 외출하거나 운동하는 건 가급적 피해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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