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MX2A 스위치 (출처 : Cherry)
독일의 기계식 키보드와 스위치 제조사 체리(Cherry)가 신제품 스위치 ‘MX2A’ 시리즈를 8월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83년 체리 MX 스위치가 개발된 지 무려 40년 만이다.
종류는 청축, 적축, 갈축, 흑축, 은축, 저소음 적축으로 기존 MX 스위치와 같다. 하우징이 검은 일반 버전과 투명한 LED 키보드 호환 버전으로 나뉘는 점도 동일하다.
■ 신형 체리 스위치, 어떤 점 달라지나
체리는 MX2A 스위치가 전보다 일정한 타건감을 제공하며, 소음을 줄이고 클릭 수명을 늘렸다고 밝혔다.
스프링과 스템 형태가 바뀐다 (출처 : Cherry)
먼저 내부 설계를 변경해 스위치를 누를 때 발생하는 미세한 흔들림을 억제했다. 이를 위해 스프링 모양을 기존 원기둥 모양에서 가운데가 볼록한 통 모양으로 바꿨다. 원기둥 모양 스프링을 누르면 옆으로 휘고 틀어지면서 스위치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탄력도 일정하지 않다. 반면 가운데가 볼록한 통 모양 스프링은 깊이 누르더라도 휘지 않아 안정적인 상하 운동이 가능하다. 압력도 일정해 키압을 균일하게 유지한다.
여기에 스템(Stem) 안쪽에 왕관 모양 구조물을 적용해 스프링을 중앙에 고정시켰다. 기존에는 스위치를 누를 때 스프링이 미세하게 튕겨 소음이 발생하고 압력이 일정하지 않았다. MX2A 스위치는 스프링을 단단히 고정해 키압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불필요한 소음이 나지 않게 개선했다. 추가로 상단 하우징 안쪽에 스템 상하 이동을 보조하는 홈을 파 흔들림을 억제했다.
소켓 돔에 윤활유를 바른 모습 (출처 : Cherry)
하단 하우징의 소켓 돔 부분에는 고성능 윤활유를 발라 스위치를 누를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였다. 체리는 이 윤활유가 기계식 키보드 관련 커뮤니티에서 호평받는 ‘크라이톡스(Krytox) GPL-205 Grade 0’ 윤활유와 동일한 특성을 지녔다고 언급했다. 마찰을 줄이고 오래 지속되는 윤활유 덕에 키를 수백만 번 눌러도 키감이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따르면 체리 MX2A 스위치 클릭 수명은 1억 회다. 기존 MX 스위치는 생산연도에 따라 2000만 회에서 5000만 회 정도며, 2020년부터 생산한 적축, 흑축, 갈축, 은축 수명은 1억 회로 개선됐다. 이번에는 청축과 저소음 적축 수명도 동등한 수준으로 향상된 셈이다.
MX2A 스위치에는 순금 접점이 내장됐다 (출처 : Cherry)
체리는 MX2A가 순금 접점을 사용하는 유일한 스위치라고 밝혔다. 순금 소재로 신호를 빠르게 전송하고 2점 용접 공정을 적용해 접점이 빠르게 닿았다 떨어지도록 개선했다. 이로써 클릭 인식 속도를 1밀리초(ms) 미만까지 단축시켰다고 주장했다. 인식 속도가 빨라지면서 초당 신호 전송 횟수가 1000회(1000Hz) 이상인 키보드에도 MX2A 스위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정리해 보면 MX2A 스위치는 △일부 부품과 설계를 변경해 클릭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흔들림을 잡아냈으며 △고성능 윤활유를 발라 소음을 줄이고 △접점을 개선해 인식 속도를 향상시켰다.
MX2A 스위치 라인업과 특징 (출처 : Cherry)
개선 사항이 모든 제품에 반영된 건 아니다. 저소음 적축에는 왕관 모양 구조물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청축에는 윤활유와 총알 모양 스프링이 들어가지 않았다. 스위치 특성에 따라 불필요한 요소는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MX2A 스위치 발표 직후, 해외 IT 커뮤니티 겸 매체 XDA는 MX2A 스위치를 사용해 본 결과 타건음이 전작보다 줄고 균일해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흑축은 전작보다 묵직한 소리를, 은축은 한층 깊은 소리를 냈다고 언급했다. 저소음 적축은 소리 변화가 가장 적었지만 키감이 또렷해져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 신제품 연말에 볼 듯…경쟁력은 ‘글쎄?’
연말 출시 예정인 XTRFY K5V2 키보드 (출처 : Cherry)
체리는 현재 주요 키보드 제조사에 MX2A 스위치를 납품 중이라고 밝혔다. 개별 판매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체리는 MX2A 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 ‘XTRFY K5V2’를 연말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간 체리 스위치의 경쟁력은 점점 약해지는 추세였다. 2014년 체리 MX 스위치 독점 특허가 만료되면서 일명 ‘유사 체리축’을 만드는 제조사가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레이저, 오테뮤, 카일, 게이트론 등 많은 제조사가 체리와 디자인이 비슷한 스위치를 다수 출시했다.
체리 MX 스위치는 누를 때 너무 많이 흔들리며 긁히는 느낌이 들고 소음이 불만족스럽다는 평을 들었다. 유사 체리축 중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거나 아예 타건감을 바꾼 제품이 많다. 날이 갈수록 유사 체리축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늘어났다.
체리 MX 스위치
이번에 체리가 MX2A 스위치를 공개하면서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 그런데 MX2A 스위치가 유사 체리축에 매료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종류가 새로 추가된 게 아니며, 기존 스위치의 약점은 유사 체리축이 이미 개선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기존 MX 스위치는 단종되지 않는다. 체리 글로벌 부품 판매 책임자 짐 포스터는 MX2A가 MX보다 10% 정도 비싼 프리미엄 라인업이라며, 앞으로 MX 스위치도 계속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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