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스포티파이가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제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백색소음(화이트 노이즈)은 라디오에서 나는 잡음처럼 주파수 범위가 넓고 파동이 일정한 소음을 말한다. 일상생활에 방해가 적고 다른 소음을 덮는 특성이 있다. 집중이 필요하거나 안정을 취할 때 백색소음과 함께 파도 소리나 빗소리처럼 일정하게 반복되는 자연 소리를 재생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티파이에는 백색소음으로 일종의 재생 목록인 ‘에피소드’를 만들어 제공하는 팟캐스트 채널이 다수 있다. 그만큼 백색소음을 듣는 사용자도 많다. 블룸버그가 올해 1월 입수했다는 내부 문서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사용자들이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듣는 시간은 일평균 300만 시간에 달한다. 게다가 스포티파이의 추천 알고리즘이 ‘대화(Talk)’ 카테고리 콘텐츠에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추천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백색소음을 듣게 됐다.
■ 스포티파이는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왜 지우려고 할까
플랫폼 입장에선 많은 사람들이 재생하는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홀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스포티파이는 왜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없애려고 할까. 소식을 전한 외신들은 두 가지 이유를 짐작했다.
하나는 수익 문제다.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악을 들으면 중간중간 음성 광고가 재생되고 팟캐스터에게 수익이 일정 비율 분배된다. 블룸버그가 작년 6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백색소음 팟캐스터들은 최소 월 1만 8000달러(한화 약 2415만 원)에 달하는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백색소음은 스포티파이에게 든든한 수익 모델이 아닌 모양이다. 블룸버그는 스포티파이가 추천 알고리즘 개편을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스포티파이에서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제거하고 업로드를 금지한 다음 스포티파이에 더 많은 이익을 주는 비슷한 채널을 추천하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방안이다. 매체는 이 방식을 도입할 경우 스포티파이의 연간 총이익이 3800만 달러(한화 약 510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하나는 음악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여러 아티스트가 노력해 만든 음악의 가치는 비교적 쉽게 생성 가능한 백색소음과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해왔다.
올해 5월 미국 레코드 레이블 그룹 ‘워너 뮤직(Warner Music)’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카인클은 “에드 시런의 노래가 지붕에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똑같은 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 없다”라며, 현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음원 종류에 관계없이 같은 값을 매기는 점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능력 있는 스포츠 선수가 연봉을 많이 받듯이 가치 있는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더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백색소음 팟캐스트 삭제, 벌써 ‘진행 중’…?
한편, 최근 스포티파이는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실제로 삭제할 움직임을 보였다.
두 달 전, 해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몇 달 동안 구독한 백색소음 팟캐스트가 사라졌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다른 사용자들도 댓글을 통해 기존에 구독했던 백색소음 팟캐스트 에피소드들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백색소음을 들으려고 검색했더니 백색소음만 취급하는 팟캐스트 대신 자연 소리와 백색소음을 함께 재생하는 트랙만 남아있었다는 사용자도 등장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백색소음 팟캐스터의 제보를 인용해 스포티파이에서 백색소음 에피소드가 두 번이나 삭제된 사례도 있다고 보도했다. 제보에 따르면 처음에는 약 3주 동안 에피소드가 노출되지 않아 다운로드 수가 일평균 5만 회 줄었다. 두 번째에는 에피소드가 10일 정도 사라지면서 일평균 다운로드 수가 2만 회 줄었다. 제보자는 현재 해당 에피소드가 다시 복구됐지만 줄어든 다운로드 수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스포티파이 구체적 답변 거부…백색소음 유지할 수도
스포티파이는 백색소음 팟캐스트 삭제 논란에 구체적으로 답변하길 거부했다. 특정 에피소드를 거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스포티파이는 일상적으로 여러 테스트를 실행 중이며, 테스트 내용과 관련 있는 크리에이터에게는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포티파이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플랫폼에 백색소음 팟캐스트를 계속 유지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백색소음 팟캐스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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