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X(구 ‘트위터’)의 차단 기능을 없앨 예정이라고 8월 19일(현지시간) X를 통해 밝혔다. 차단은 특정 계정으로부터 오는 연락을 막고, 자신의 트윗을 보거나 팔로우하는 것을 제한하는 기능이다. 반대로 자신이 차단한 계정의 소식을 타임라인에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소식을 전한 일부 매체는 X에서 차단 기능이 사라진다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X 앱이 삭제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정말로 일론 머스크가 X의 차단 기능을 없앨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차단 기능 없어진다면 어떻게 바뀔까
다른 계정을 차단하는 모습 (출처 : X)
차단 기능이 사라진 X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해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가장 먼저 그동안 차단했던 계정이 타임라인에 다시 보일 것이다. 또한 차단했던 상대방이 자신의 계정과 트윗을 볼 수 있게 된다.
X에서 사소한 말다툼이나 의견 차이가 발생해 차단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악성 댓글이나 스토킹을 일삼던 사람들까지 막지 못한다. 자칫하면 범죄자가 내 계정과 트윗을 언제든지 염탐할 수 있다.
광고 계정이나 특정 기업체·브랜드 게시글을 안 보기 위해 차단하는 사용자도 많다. 이 경우 차단 기능이 없어진 뒤 메인 홈 피드에 해당 글이 다시 보일 가능성이 높다.
■ 사용자 반발에 머스크는 무시 일관
X에는 그간 잘 사용하던 차단 기능을 왜 없애냐는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상대방이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지 못하게 차단하는 기능은 남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로써 다른 사용자가 악의적인 DM을 보내는 행위는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차단하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피드를 보지 못하게 제한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신의 X에 올리는 글이나 사진을 다른 사람이 범죄에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명인이 SNS에 사진을 올렸더니 다른 사람이 위치를 찾아 스토킹한 사례도 있다. 만약 X에 차단 기능이 사라진 뒤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면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글을 작성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차단과 비슷한 ‘뮤트(Mute)’ 기능은 유지할 예정이다. 뮤트는 특정 계정을 언팔로우하거나 차단하지 않고 자신의 타임라인에 보이지 않게 제한하는 기능이다. 기존에 보기 싫었던 계정이나 기업체를 뮤트하면 타임라인에서 사라진다. 차단과 달리 상대방이 뮤트 여부를 알 수 없다.
X의 커뮤니티 노트에는 일론 머스크의 결정에 반발하는 글이 게시됐다.
한 사용자는 미국 국립 가정폭력 핫라인(NDVH)의 글을 인용하면서 “차단 기능은 학대와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안전 기능”이라며, “이를 제거하면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사람들의 안전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이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할 뿐이었다.
■ 차단 기능 없는 X, 앱마켓에서도 차단될 수 있다고?
소식을 전한 영국 뉴스통신사 로이터(Reuters)는 X에 차단 기능이 없어질 경우 각종 앱마켓의 지침을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X·스레드·페이스북처럼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의 역할이 큰 앱에 불쾌한 콘텐츠나 사용자를 신고 또는 차단하는 시스템을 탑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애플 앱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다루는 앱은 악의적인 사용자를 차단하는 기능과 불쾌한 콘텐츠를 신고·필터링하는 기능이 포함돼야 한다.
X의 차단은 불쾌한 사용자나 콘텐츠를 보이지 않게 조치하는 기능이다. 두 앱마켓의 지침이 언급한 필수 기능에 해당한다. 따라서 X에 차단 기능이 없어지면 지침 위반 사유로 앱마켓에서 삭제 조치될 가능성이 있다.
일론 머스크는 DM을 제외하고 ‘기능’으로서의 차단이 삭제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차단 기능이 사라진 X가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X가 앱마켓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X를 다운로드하지 못하면 운영에 지장이 있을 것이 명백하다. 그래서 실제로 X에서 차단 기능이 완전히 사라질 확률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주변의 평가에 아랑곳않고 사용자들의 기대에 반하는 기행을 벌이고 있다. 앱마켓에서 X가 퇴출되더라도 입장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X 설치 파일과 업데이트를 자체 서버에서 배포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이어갈지도 모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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