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휴대용 선풍기에 웬 금속 판?…왜 달았나 살펴보니

조회수  

어느 날부턴가 휴대용 선풍기가 여름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손에 들고 쓰는 것부터 목에 거는 것, 유모차에 달 수 있는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펠티어 소자를 탑재한 휴대용 선풍기 (출처 : BZ)

작년부터였을까, 특이하게 생긴 선풍기가 눈에 들어왔다. 손에 들고 쓰는 선풍기인데 전면에 금속 원판이 큼직하게 달려있었다. 처음에는 특이한 디자인을 적용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금속 판에 특별한 기능이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나중 일이었다. 금속 판 안에 온도를 낮추는 물질이 들어있는데, 이 물질을 ‘펠티어 소자’라고 부른단다.

펠티어 소자 (출처 : 나무위키)

서로 다른 전도성 물질 사이에 전류가 흐르면 열이 한쪽으로 이동하면서 열을 뺏긴 쪽이 차가워진다. 이 현상은 19세기 프랑스 물리학자 ‘장 펠티어’가 발견했다고 해 ‘펠티어 현상’이라고 부른다. 펠티어 소자는 이름처럼 펠티어 현상을 활용한 전자 소재로, 전류가 통하면 한쪽 면이 차가워지는 특성을 띤다.

펠티어를 사용한 소형 냉장고 (출처 : bossgoo)

펠티어 소자는 얇고 가벼우며 가격도 저렴하다. 가동할 때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화장품 냉장고, 탁상용 냉장고, 와인 냉장고처럼 속을 차갑게 하는 소형 생활가전에 펠티어 소자를 사용한다. 주로 방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제품에 주방용 냉장고처럼 크고 시끄러운 컴프레서(Compressor)를 탑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휴대용 선풍기도 마찬가지다. 펠티어 소자가 작고 가벼운 덕에 손에 들고 사용하는 선풍기에 탑재할 수 있었다. 펠티어 소자가 들어간 휴대용 선풍기를 보면 하나같이 그릴 한가운데 큼직한 금속 판이 있다. 전원을 켜면 금속 판 내부의 펠티어 소자가 동작하면서 소자를 감싼 금속 판이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신기한 마음에 펠티어 선풍기를 구매해 봤다. 그런데 사용해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바람이 시원하지 않았다. 펠티어 소자를 계속 켰다 꺼보며 비교했지만 바람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일은 없었다. 왜 그런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짐작 가는 부분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일단 펠티어 소자는 한쪽 면이 차가워지는 만큼 반대쪽이 뜨거워지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손이 닿는 바깥쪽은 차갑더라도 선풍기 날개가 있는 안쪽 방향이 뜨거워지면서 바람을 미지근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선풍기 내부를 살펴보니 펠티어 소자 앞뒤로 금속판을 넓게 감쌌다. 날개를 바라보는 방향까지 전부 차가운 금속 판으로 감싼 구조다. 온도가 올라가는 부분은 금속 판 안쪽에 숨겨 영향을 최소화한 것으로 추정됐다. 즉, 선풍기 바깥이 차가워지는 만큼 안쪽이 뜨거워지는 구조는 아니었다.

날개와 금속 판의 직경이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

금속 판에 바람이 막힌 탓에 덜 시원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펠티어 선풍기 날개 지름이 이전에 사용했던 일반 선풍기보다 작은 데다 금속 판이 전면 그릴을 절반 정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펠티어 소자를 꺼도 온도는 여전했다. 금속 판이 바람을 막아 시원한 느낌이 덜했다는 건 착각이었다.

어쩌면 단순히 바람이 시원해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바람이 금속 판에 부딪히면서 충분히 냉각돼야 하는데, 미처 온도가 내려가기 전에 바람이 바깥으로 빠져나온다면 펠티어 소자를 켜도 바람이 충분히 차가워지지 않을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펠티어 선풍기 바람이 에어컨만큼 시원하지 않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비슷한 선풍기를 여러 종류 사용해 봤지만 펠티어 소자를 켰을 때 바람이 급격히 차가워지는 제품은 없었다.

펠티어 소자의 냉각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려면 금속 판을 직접 피부에 대거나 목에 거는 선풍기를 사용하는 게 나았다. 특히 펠티어를 적용한 목에 거는 선풍기는 대개 목덜미가 닿는 면에 소자를 탑재한다. 펠티어 소자를 켜면 급속도로 차가워지며 달아오른 피부를 식혔다. 주요 혈관이 지나며 온도 변화에 민감한 부분이라서인지 순식간에 온몸이 오싹해지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손으로 들 필요가 없어 양손이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펠티어 선풍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배터리 소모가 가속화되고 금속판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펠티어 소자의 전력 효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평소 6시간 동안 사용 가능했던 선풍기도 펠티어를 소자를 켜니 2시간 만에 꺼졌다. 충전기나 보조배터리에 연결한 상태로 사용하거나 펠티어 소자를 처음에만 잠깐 켜야 했다.

펠티어를 켠 상태로 오래 사용했더니 표면에 물기가 맺혔다

결로 현상도 골치 아팠다. 펠티어 소자를 오래 켜두니 금속 판 표면에 물기가 맺혔다. 제품 하자는 아니다. 주변 온도보다 금속 판이 훨씬 차가워서 공기 중 수증기가 액화해 벌어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래 사용하니 금속 판에 맺힌 물이 뚝뚝 떨어졌다. 주변에 전자제품이나 습기에 취약한 물건을 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테다.

펠티어 선풍기를 산 직후에는 일반 휴대용 선풍기보다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아 번거로웠다. 바람이 딱히 더 시원한 것도 아니라서 한때는 잘못 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운 날 야외에서 매우 유용했다. 햇빛에 달아오른 피부를 금속 판으로 식히고 목덜미를 차갑게 만드니 더위가 싹 가셨다. 그제야 왜 요즘 휴대용 선풍기에 펠티어 소자를 넣는 게 유행인지 납득됐다. 아직 펠티어 선풍기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면, 올여름 더위가 가기 전에 하나쯤 장만해 보자.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CP-2023-0021@fastviewkorea.com

댓글0

300

댓글0

[Techplus] 랭킹 뉴스

  • 낫싱이 선보인 첫 스마트워치 강점은 '가격’
  • 테크노 ‘팬텀 V 플립’, 갤럭시 Z5 절반 가격?
  • 스포티파이 ‘잼(Jam)’, 좋아하는 음원 실시간으로 동시 청취해봐
  • 구글 ‘픽셀 8 시리즈’ 카메라, 예상되는 다양한 기능은?
  • 게티 이미지, AI 이미지 생성 도구 출시…저작권은?
  • ‘도조 슈퍼컴 D1 칩 생산 늘린다’…테슬라, TSMC와 파트너십 확대

[Techplus] 공감 뉴스

  • 아이폰15 "문제 많네"...소비자 고민 더한다
  • 아이폰 15 프로 맥스, 10배 광학 줌 지원않는 이유는?
  • 요가도 해? 성장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새로운 영상 공개
  • [용어로 읽는 IT] - 어떻게 줄였을까? 1.5mm 베젤 선보인 아이폰 15 프로
  • 소문과 다르네…취약한 아이폰 15 프로 모델 ‘내구성’
  • '저렴한 구독료 이젠 없다'…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폐지

[Techplus] 인기 뉴스

  • 낫싱이 선보인 첫 스마트워치 강점은 '가격’
  • 테크노 ‘팬텀 V 플립’, 갤럭시 Z5 절반 가격?
  • 스포티파이 ‘잼(Jam)’, 좋아하는 음원 실시간으로 동시 청취해봐
  • 구글 ‘픽셀 8 시리즈’ 카메라, 예상되는 다양한 기능은?
  • 게티 이미지, AI 이미지 생성 도구 출시…저작권은?
  • ‘도조 슈퍼컴 D1 칩 생산 늘린다’…테슬라, TSMC와 파트너십 확대

[Techplus] 추천 뉴스

  • 아이폰15 "문제 많네"...소비자 고민 더한다
  • 아이폰 15 프로 맥스, 10배 광학 줌 지원않는 이유는?
  • 요가도 해? 성장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새로운 영상 공개
  • [용어로 읽는 IT] - 어떻게 줄였을까? 1.5mm 베젤 선보인 아이폰 15 프로
  • 소문과 다르네…취약한 아이폰 15 프로 모델 ‘내구성’
  • '저렴한 구독료 이젠 없다'…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폐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