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뉴스1)
지난 2월 말, 테슬라는 회사의 전용 고속 충전 시설인 ‘슈퍼 차저(Supercharger)’를 타사 전기차도 사용하도록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2024년 말까지 미국 내 17만 700개의 슈퍼차저 중 7500개를 타사 전기차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인데요. 그동안 경쟁사의 슈퍼차저 이용을 금지하며 폐쇄적으로 운영했던 테슬라의 행보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조치입니다.
테슬라가 타사에 슈퍼차저를 개방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충전소 보조금이 직접 원인이 됐을 거란 해석이 많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시행된 ‘인프라법’에 의해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최소 50만 개를 구축하고, 75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지난해 11월, 미정부는 테슬라에 보조금 75억 달러를 받으려면 경쟁사에 슈퍼차저를 개방하라는 조건을 걸었어요. 결국 테슬라는 충전소를 개방했습니다.
매직독 출시해 슈퍼차저 개방 가속화한 테슬라
테슬라 매직독 (출처: TeslaCharging)
그런데, 테슬라는 독자 충전 규격을 사용해요. 현재 테슬라 슈퍼차저의 어댑터는 5핀 포트를 사용합니다. 애플이 아이폰에 USB-C 타입을 사용하지 않고, 8핀 충전 타입을 고수한 것과 유사한데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전기차 표준 충전 규격으로 CCS1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외 타사는 모두 CCS1 규격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슈퍼차저를 개방해도 당장 어댑터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호환성 문제가 있었죠.
이에 테슬라는 지난 3월, ‘매직독(Magic Dock)’을 발표해 슈퍼차저 개방에 속도를 냈습니다. 매직독은 CCS1 규격을 따르는 전기차도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데요. 기존 슈퍼차저 어댑터에 매직독을 추가로 장착해 사용하면 된다고 해요. 다만, 테슬라가 아닌 차량이 슈퍼차저를 사용할 경우, 슈퍼차저는 자동으로 차량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요.
그렇기에, 비테슬라 차량 운전자는 반드시 테슬라 앱을 깔고 슈퍼 차저를 이용해야 합니다. 매직독도 테슬라 앱에서 잠금해제한 뒤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결국, 타사와의 호환성을 높이는 동시에, 타사 운전자들을 테슬라 생태계에 가두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겁니다.
차 마다 다른 충전 포트 위치…그에 비해 너무 짧은 케이블 길이
충전을 위해 비스듬히 세워진 타사 차량 (출처: PlugShare 엑스)
그런데, 매직독으로 호환성 문제만 해결되면 될 줄 알았더니, 테슬라가 아직 미처 해결하지 못한 게 있는 모양이에요. 지난 8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하는 다른 운전자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사실 이 문제는 슈퍼차저를 이용해본 타사 차주들로부터 꽤 오랜 시간 지적돼 온 문제인데요. 아무래도 슈퍼차저는 테슬라 차량 전용으로 출시된 만큼, 충전 케이블 길이가 테슬라 차량의 충전 포트 위치를 고려해 설계됐을 거예요. 테슬라의 차량은 충전 포트가 운전석인 왼쪽 뒤 모서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타사 차량의 충전 포트 위치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 아이오닉5와 EV6는 조수석 뒤쪽에, 코나 일렉트릭은 전면에 충전 포트가 있어요.
(출처: PlugShare 엑스)
이런 경우 타사의 차량은 원활한 충전을 위해 비스듬히 주차해야 했어요. 또는 두 개의 주차 공간 가로질러서 사용하는 등 잘못된 방식으로 주차해 충전을 진행해야 했죠. 실제로 기술 유튜버인 마키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는 자신의 리비안(Rivian) 전기 트럭을 슈퍼차저로 충전하고자 했을 때, 플러그를 꽂기 위해 잘못된 방식으로 주차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자동차 유튜브 채널 아웃 오브 스펙 리뷰(Out of Spec Reviews)의 데이브 코너(Dave Conner)는 자신의 제네시스 GV60 전기 SUV를 충전하기 위해 두 개의 주차 공간을 차지해 충전해야 했어요. 이는 충전소가 붐빌 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에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 테슬라가 정한 주차 공간 내에 주차하면, 충전 케이블이 너무 짧아서 충전할 수 없었다고 해요.
테슬라도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갑자기 슈퍼차저를 개방한 만큼 제각각인 차량의 충전포트 위치까지 고려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현재로서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은 더 많은 차량에 연결 가능한 긴 케이블을 슈퍼차저에 추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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