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5일(현지시간) IT 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AndroidAuthority)는 지난 2월 발표된 삼성의 혼합현실(XR) 헤드셋의 초기 프로토타입 이미지와 사양을 보도했다. 매체는 현재는 삭제된 중국 가상현실(VR) 전문 웹사이트인 VR투올루오(Vrtuoluo)의 보도를 인용했다. 삼성의 XR 헤드셋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VR투올루오가 공유한 헤드셋의 초기 프로토타입 이미지는 깔끔한 바이저 디자인의 메타 퀘스트(Meta Quest) 3을 연상케 한다. IT 매체인 샘모바일(Sammobile)은 2015년 출시된 삼성의 VR 헤드셋인 기어 VR(Gear VR)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헤드셋 전면 패널의 각 모서리마다 하나 씩 총 4개의 추적 카메라가 있다. 헤드셋의 카메라를 통해서 외부 환경을 확인할 수 있는 2개의 컬러 패스스루 카메라도 포함했다. 사용자의 시선과 손 동작을 추적할 깊이 센서도 탑재됐다.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와 팬케이크 렌즈도 장착됐다. 팬케이크 렌즈는 헤드셋의 두께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 중 하나다. 빛의 굴절이 여러 번 나타나기 때문에 같은 초점 거리를 가진 렌즈보다 디스플레이와 렌즈 사이의 거리를 좁혀 더욱 얇은 헤드셋을 제작할 수 있다. IT 매체 티쓰리(T3)는 메타 퀘스트 3의 팬케이크 렌즈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인 비전프로(Vision Pro)처럼 별도의 핸드헬드 컨트롤러는 없다. 비전프로와 동일하게 사용자의 시선과 손동작만으로 사용자 경험을 좌우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헤드셋은 어떤 칩셋으로 구동될까. 올해 초 삼성이 발표한 퀄컴과의 XR 헤드셋 파트너십에 따라 퀄컴의 칩셋이 장착될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런 추측을 뒤엎고 초기 프로토타입은 삼성의 자체 칩인 엑시노스(Exynos) 2200을 탑재했다.
엑시노스 2200은 일부 갤럭시 S22 시리즈에 장착되면서 전력소비⋅과열 등 여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헤드셋의 성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밖에 없다. 재설계 이후에도 동일한 엑시노스 칩셋을 고수했는지 역시 불분명하다.
티쓰리는 엑시노스 2200이 다른 V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의 칩셋과 비교하더라도 성능에서 우위를 차지하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시노스 2200은 2020년 출시된 메타 퀘스트 2의 스냅드래곤 XR2 1세대보다 훨씬 우수하지만, 올해 출시가 예정된 메타 퀘스트 3의 스냅드래곤 XR2 2세대보다는 열등한 성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은 새롭게 재설계된 XR 헤드셋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내년 2월 출시하려던 계획까지 연기했다. 지난 6월 애플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WWDC 2023에서 공개된 비전프로를 의식해 대대적인 수정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비전프로는 M2칩⋅R1칩과 4K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다방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 바 있다.
한 차례 연기를 겪으며 삼성의 XR 헤드셋 출시 일자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출시가 유력한 애플 비전프로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연기된 2024년 중반 XR 헤드셋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삼성의 XR 헤드셋 개발이 재설계를 거친 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 사장은 XR 헤드셋이 곧 발표될 예정이라고 전달했다. 이상 구체적인 출시일은 전해지지 않았다.

가격 또한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는데, 3000달러(약 402만원)라는 가격표를 달고 출시될 비전프로보다는 약간 저렴할 것으로 추측된다. 삼성의 첫 XR 헤드셋은 1000달러(약 134만원) 에서 2000달러(약 268만원) 범주 내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은 초기 프로토타입과 달리 기능과 가격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향상된 성능만큼 더욱 높아진 가격으로 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의 XR 헤드셋은 애플의 비전프로와 정면 승부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XR 헤드셋이 비전프로보다 좋은 성능으로 출시되거나,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한 발 앞서 출시됐을 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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