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는 교통 혼잡을 해소한다고 알려졌다. 교통량이 적은 도로를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무인 택시가 오히려 교통체증을 일으킨 사례가 등장했다.
GM 크루즈 무인택시 (출처 : SFGATE)
8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스비치 지역에서 GM 크루즈(GM Cruise) 소속 무인 택시 10여 대가 동시에 도로 한복판에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대 지역에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 무인 택시가 멈춘 원인은 ‘음악 축제’
무인 택시가 갑자기 멈춘 원인은 근처에서 열린 축제로 밝혀졌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골든 게이트 공원에서는 아웃사이드 랜즈 음악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여기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일대 무선 신호가 혼잡해진 게 무인 택시가 멈춘 이유였다. 무인 택시가 정상적으로 운행하려면 제어센터와 통신을 유지해야 하는데, 주변에 스마트폰이나 마이크, 조명처럼 무선 신호를 사용하는 기기가 많아지면서 신호 간섭이 발생해 통신이 끊어졌다.
도로에 멈춘 GM 크루즈 무인택시들 (출처 : X @Tweetermeyer)
소식을 전한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GM 크루즈 무인 택시들은 복잡한 골목길이나 교차로에 비상 정지한 상태로 수십 분 방치됐다. 이 모습은 엑스(X)를 비롯한 SNS에도 수없이 공유됐다. 시간이 흘러 통신이 복구된 무인 택시는 이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차량별로 15분에서 45분 정도 도로를 막으면서 일대에 교통체증이 일어났다.
GM 크루즈는 X를 통해 “무선 신호 대역폭의 제약으로 인해 차량 연결이 지연됐다”라며,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운행시간 확대 결정 불과 하루 만에 발생해
원래 샌프란시스코에서 GM 크루즈 무인 택시 운행은 제한적이었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일부 지역에서 운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고 하루 전, 캘리포니아 공공시설 위원회(CPUC)는 GM 크루즈와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체 ‘웨이모(Waymo)’의 운행 지역과 시간제한을 해제했다. 이로써 두 업체는 샌프란시스코 언제 어디에서든 무인 택시를 운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과 소방서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반대가 빗발쳤다. 무인 택시를 비롯한 자율주행차가 응급차량의 진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샌프란시스코 경찰협회는 자율주행차가 도로 옆으로 잠시 비켜달라는 요청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GM 크루즈 무인택시 (출처 : Cruise)
인간 운전자였다면 경찰차나 응급차가 뒤에서 달려올 때 잠시 차를 옆으로 비켜주면 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에겐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도로 한가운데 그대로 멈춰버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응급차량이 제때 도착하지 못해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은 자율주행차가 응급차량 진로를 방해한 게 2023년에만 벌써 5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각종 기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CPUC 위원 4명 중 3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무인 택시 운영 시간과 구역 해제 안건이 가결됐다. 한편 찬성한 위원 중 한 명이 작년까지 GM 크루즈 관리 고문을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하지 못한 투표였다는 비난도 일었다. 하지만 CPUC 대변인은 해당 위원은 GM 크루즈나 다른 자율주행차 업체와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어 투표할 권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 자율주행 적극 도입하려면 유사 사례 대비해야
자율주행차가 오류를 일으키는 건 GM 크루즈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제조사 차량이든 잠재적으로 같은 위험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늘어나면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만약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는데 자율주행차가 응급차량의 진입로를 막아버린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도 적절한 매뉴얼 도입이 시급하다. 전국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강릉시는 올해 1월 관광형 자율주행 버스를 시범 도입했다. 시내 주요 관광지를 잇는 노선 4개에 자율주행 버스를 배치해 2026년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자율주행 서비스 지역이 총 24군데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지역 순찰이나 불법 주정차 단속에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자율주행차 사용 사례가 늘어날수록 비상 상황에서도 적절하게 대처하는 기술이 함께 개발돼야 할 테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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