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Disney)
디즈니가 넷플릭스처럼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정 공유 금지란, 가족 이외 사람과 계정을 함께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일정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넷플릭스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이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8월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insider)에 따르면 밥 아이거(Bob Iger)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계정 공유 금지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계정 공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료 구독자가 친구, 가족과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최선의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거 CEO는 계정 공유 금지 시점에 대해 “올해 말 사용자 약관 업데이트를 시작할 것”이라며 “2024년에는 수익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즈니는 타인과 계정 공유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보유 중이며, 현재 디즈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계정 공유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출처:Bob iger X)
디즈니가 계정 공유 단속을 꾀하는 이유는 실적 개선을 위해서다. 올해 2분기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는 1억4610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7.4% 감소했다. 디즈니 인도 법인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가 인도 크리켓 리그 중계권을 빼앗긴 영향이 크다. 크리켓 중계권을 잃은 이후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 가입자 수는 24%(약 1200만명) 빠졌다고 알려졌다.
전체 매출은 223억3000만달러(29조4242억)로, 전년 동기 대비 4%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순손실 4억6000만달러(6061억4200만원)를 기록해, 14억1000만달러(1조8579억원) 순이익을 달성한 작년에 미치지 못했다.
디즈니는 실적 개선을 목표로 OTT 요금도 인상할 계획이다. 디즈니는 오는 10월 12일부터 디즈니 플러스 광고 없는 요금제 가격을 기존 11달러에서 14달러(27%↑)로 올릴 방침이다. 훌루(Hulu) 광고 없는 요금제는 15달러에서 18달러로 오른다. 9월부터는 광고 없는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인데, 한 달 사용료가 20달러에 달한다.
(출처:Hulu)
디즈니의 전략은 넷플릭스와 닮아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해 ‘광고 요금제’, ‘계정 공유 유료화’라는 카드를 꺼냈다. 먼저 도입한 건 광고 요금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가격대를 낮춘 광고 요금제를 적용했다. 계정 공유 유료화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일부 남미 국가에서 사전 테스트를 거친 후 올해 5월 본격 도입됐다.
기존 사용자 입장에선 가혹해 보이는 시스템이지만, 의외로 넷플릭스의 전략은 잘 먹히고 있다.
지난 7월 넷플릭스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전 세계 가입자 수는 589만명 증가한 2억3839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증가한 수치다. 사용자가 늘었기에 매출과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매출은 81억8700만달러(10조3700억원), 영업이익은 18억2700만달러(2조3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7%, 15.8% 늘었다.
넷플릭스는 실적이 개선된 이유로 ‘계정 공유 유료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향후 더 많은 국가에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북미 포함 100여개 국가에서 계정 공유 사용자로부터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아직 계정 공유 단속을 시작하지 않은 곳은 한국,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와 유럽 국가, 아프리카 국가다.
(출처:Netflix)
단 같은 전략을 구사하더라도,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디즈니는 지난해 12월 처음 월 8달러짜리 광고 요금제를 선보였다. 넷플릭스와 비슷한 시기에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것이다. 광고 요금제 성과가 포함된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는 신규 구독자 766만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는 240만명 감소했다.
디즈니는 계정 공유 단속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거 CEO는 “디즈니는 이것(계정 공유 단속)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했다”며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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