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전자/애플)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려 2011년까지 13년 연속으로 휴대전화 시장 1위를 지키던 기업이 있었는데요. 바로, 핀란드의 휴대전화 제조사 ‘노키아(Nokia)’입니다. 노키아야말로 과거 혁신의 아이콘이었어요. 노키아는 1990년대부터 미국 모토로라와 함께 2파전을 벌이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휴대전화 제조사로 떠올랐습니다.
노키아는 안테나가 없는 휴대전화를 처음 만든 회사로 주목받았습니다. 1998년에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죠. 회사는 최초의 스마트폰인 애플의 1세대 아이폰이 출시된 지 4년 후인 2011년까지도, 휴대전화 판매량으로 전 세계 1위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너무 안일했던 걸까요. 노키아는 애플과 삼성에 비해 스마트폰 개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결국 지난 2013년, 모바일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하게 되죠. 이어서 2016년에는 MS가 모바일 사업부를 노키아 전 직원들이 설립한 핀란드의 HMD 글로벌(HMD Global)과 중국 폭스콘(Foxconn)으로 분할 매각했어요.
HMD 글로벌은 폭스콘 신설 자회사에 노키아 휴대전화를 위탁 생산하는 조건으로 폭스콘이 갖고 있던 지분을 인수합니다. 그렇게, 현재 노키아는 HMD 글로벌의 운영 아래 명맥을 이어가게 되죠.
온종일 스마트폰 보느라 지쳐…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 대두
그런데, 최근 미국과 영국 젊은 층 사이에서 이른바 ‘덤폰(Dumb Phone)’이 인기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스마트폰과 정반대의 뜻을 가진 ‘덤폰’은 전화와 문자메시지, GPS와 음악 메시지 등 기본 기능만 탑재한 기기예요. 노키아에서 휴대전화 시장 1위였을 때, 주도적으로 생산하던 게 바로 지금 ‘덤폰’이라고 불리는 피처폰이에요.
피처폰의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2019년 4억 대에서 2022년 10억대로 증가했다고 해요. 주목할 건, 이런 판매량 증가를 주도한 게 바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젊은 세대란 겁니다. 젊은 세대는 그 누구보다 스마트폰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세대에요.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SNS를 비롯한 스마트폰 온라인 플랫폼 덕분에 주변인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출처: 연합뉴스)
이는 엄청난 장점이지만, 때로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제공합니다. 특히 SNS 과다 사용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지난 2020년 한국에서 기분 장애 진료를 받은 여성 환자 67만 명 중 20대가 약 16%로, 각각 13% 수준에 머물렀던 30~40대보다 많았다고 해요. 가장 큰 원인은 SNS를 통해 남과 비교하면서 나타나는 우울증과 자존감 저하 때문이었어요.
결국 청년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기 시작하면서, 노키아의 피처폰도 주목받기 시작한 건데요. 이런 노키아가 최근 디지털 디톡스에 최적화된 신제품을 내놨다고 해요.
90년대 감성 그대로…3가지 색으로 출시된 노키아 150
노키아 150 (출처: 노키아)
지난 8월 2일(현지 시간), 노키아는 새로운 피처폰 2종을 출시했습니다. 주력 모델은 ‘노키아 150’인데요. 노키아 150은 2.4인치의 QVGA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어요. 또한 대기 시간이 최대 한 달인 1450mAh의 탈착식 배터리와 3.5mm 헤드폰 연결 단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과거 감성 그대로, 내장된 FM 라디오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어요. 모든 데이터는 마이크로SD 카드에 저장되고, 검은색, 빨간색, 하늘색 등 세 가지로 색상으로 출시됐습니다.
IT 매체 기즈모도(GIZMODO)에 따르면 후면 카메라 사양은 2008년에 출시됐던 LG의 캔디바폰과 유사하다고 해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양도 정말 그 당시와 유사하게 출시된 셈이죠. 노키아 150의 하위모델인 ‘노키아 130’은 모든 사양이 동일하지만, 카메라가 없다고 합니다. 현재 노키아의 피처폰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의도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려는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만약 제대로 된 디지털 디톡스를 원한다면, 아예 카메라가 없는 하위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시장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 같았던 피처폰이 이제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분명 편리하지만, 종종 맞춤 제공되는 광고나 콘텐츠를 보면 개인 정보 유출과 데이터 수집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기곤 해요. 노키아의 피처폰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는 데 좋은 옵션이 될 것 같습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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