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페이 낫싱 CEO (출처: 낫싱)
테크 업계에 사라진 재미를 되돌리겠다며 등장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20년 말, 등장한 영국의 IT 스타트업 낫싱(Nothing)인데요. 이들은 애플이 주도하는 테크 시장이 너무 지루하다면서 자신들이 진정한 혁신을 보여주겠다고 자신 있게 나섰죠.
낫싱은 영국에 본거지를 두고, 디자인과 마케팅은 유럽에서 수행해요. 생산은 중국에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회사를 설립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 원플러스의 공동창업자인 중국계 스웨덴인 칼 페이(Carl Pei)에요. 여러모로 다국적 기업의 색깔이 물씬 나죠.
낫싱의 디자인 철학이 된 이어원…스마트폰 시장에 첫걸음, 폰원
이어원 (출처: 낫싱)
지난 2021년 8월, 회사는 첫 제품을 선보입니다. 스마트폰이 아닌 무선 이어폰이었는데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디자인을 적용한 ‘이어원(Ear(1))’이 그 주인공이었죠. 이때부터 투명 디자인은 낫싱의 상징이 됩니다. 비록 이어원은 한국 가격으로 10만원 대의 보급형 이어폰에 불과했지만, 개성 있는 가격과 준수한 성능으로 전 세계 53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죠.
덕분에 낫싱은 수많은 투자자의 주목을 받으며, 지난해 6월까지 무려 2억 달러(약 26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이런 투자금을 기반으로 낫싱은 내친김에 스마트폰 개발에도 착수합니다. 결국 지난해 7월, ‘폰원(Phone 1)’으로 자신 있게 스마트폰 시장에도 발을 내딛죠.
폰원의 초기 디자인 스케치 (출처: 낫싱)
폰원의 디자인을 담당한 건 이탈리아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Massimo Vignelli). 그는였는데, ‘뉴욕 지하철 노선도’에서 폰원의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낫싱의 첫 스마트폰은 확실히 기존에는 없던 무언가를 보여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낫싱 폰원은 전 세계 80만 대 판매고를 올리면서, 스타트업으로선 상당히 준수한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외산폰 무덤에 무슨 자신감으로? 낫싱의 한 단계 발전 알린 폰2
폰원 (출처: 낫싱)
폰원 공개 직후 낫싱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갈렸습니다. 40~50만원 정도의 가격이니, 예쁜 디자인에 무난하게 쓸만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요. 낫싱이 초반부터 외쳐대던 ‘혁신은 어딨냐’라고 묻는 사람들도 적진 않았어요. 삼성과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이미 너무 많은 걸 경험해왔습니다. 단순히 낫싱의 투명한 디자인만으로는 폰원이 특별한 스마트폰이 될 순 없었죠.
크림 쇼룸 낫싱 팝업 3층 체험관 내부
그런데, 지난 7월 12일(현지 시간), 낫싱은 1년 만에 출시한 차기작 ‘폰투(Phone 2)’를 한국에 정식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폰원만 해도 해외 직구로만 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국내 소비자도 낫싱 스마트폰을 11번가, 크림(Kream), 카카오 선물하기와 프리즘 등 온라인으로도 쉽게 구매하는 길이 열렸습니. 지난달 15일에는 마포구 상수동 크림 쇼룸에서 폰투를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회사는 폰투 한정 수량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상수동 쇼룸에서 실제로 본 폰투의 뒷면 글리프 인터페이스
폰투는 전반적인 디자인은 폰원과 유사했지만, 카메라 성능과 앱 성능 글리프인터페이스 등 핵심 기능이 더욱 개선됐습니다. 특히 카메라 성능이 아이폰 13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여전히 디자인 외에도 강점을 내세울 무언가가 필요한 건 사실이예요. 그러나, 폰투는 폰원보다 낫싱을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분명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외신이 낫싱의 폰투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어요.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낫싱, 하위브랜드까지 발표…스마트워치 올해 말 출시
(출처: 낫싱 유튜브 캡쳐)
이 정도면 잠시 쉬어갈 만도 한데, 낫싱은 더욱더 고삐를 쥡니다. 지난 3일, 회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칼 페이 CEO는 낫싱의 하위 브랜드 ‘CMF 바이 낫싱(CMF by Nothing)’을 발표했어요. CMF는 색상(Color), 재료(Material)와 마감(Finish)의 첫 문자에서 따온 이름으로 낫싱보다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라고 해요. 이미 회사는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무선 이어버드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두 제품 모두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에요.
칼 페이는 낫싱과 CMF의 브랜드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했는데요. 낫싱이 프리미엄과 디자인 혁신을 우선시한다면, CMF는 접근 가능한 가격과 깨끗한 디자인을 중점으로 둔다고 해요. 과연 낫싱의 새로운 도전은 테크 업계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진격의 낫싱, 그들의 도전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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