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챗봇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간단한 요청만으로도 원하는 답을 쉽게 얻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AI 챗봇으로는 챗GPT, 구글 바드(Bard),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챗봇, 앤트로픽 클로드(Anthropic Claude)가 있다. 모두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서비스다.
AI 챗봇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챗봇도 스스로 지키는 ‘선’은 있다. 불법적인 행위나 윤리에 반하는 명령처럼 부적절한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청사항 마지막에 어떤 문자열 하나를 추가했더니 이러한 필터링도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의 AI 안전 센터 연구팀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게 유해한 답변을 유도하는 명령어를 발견했다고 8월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챗봇에게 명령이나 요청할 때 문장 맨 마지막에 특정 문자열을 추가하면 필터링 기능이 무효화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공개한 문자열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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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문장의 형태는 아니다. 중간에 특수문자도 섞여있다. 하지만 사람이 보기에 의미 없는 말이라도 AI를 헷갈리게 할 순 있다.
폭탄 제조법을 묻는 비윤리적 질문에 특정 문자열을 덧붙이자 상세한 답변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이 문자열이 포함된 명령에 AI 챗봇이 부적절한 응답을 한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먼저 AI 챗봇에게 폭탄을 만드는 방법이나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는 방법을 물어보자 해당 요청은 도와줄 수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내용을 바꾸지 않고 마지막에 문자열만 추가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상세한 답변을 내놓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문제는 AI 챗봇 대부분에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챗GPT, 구글, 클로드 모두 동일한 증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문자열이 AI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AI가 답변을 제시하려면 요청 사항을 분석하면서 데이터 패턴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해석하기 어려운 문자열이 분석에 혼란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했다.
정지 표지판에 스티커를 붙이자 차량 시스템이 잘 인식하지 못했다 (출처 : arxiv)
이전에도 이미지 인식 기술에 비슷한 사례가 적용된 적이 있었다. 2018년 발표된 논문 『딥러닝 시각적 분류에 대한 강력한 물리적 공격(Robust Physical-World Attacks on Deep Learning Visual Classification)』에는 도로의 정지(STOP) 표지판에 스티커를 몇 장 붙였더니 많은 자동차에 탑재한 안전 시스템이 표지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실험 결과가 언급됐다. 표지판의 모습이 또렷하게 담긴 정상 데이터로만 학습한 AI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배운 내용과 조금만 달라도 인식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딥러닝 방식의 특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취약점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오픈AI, 구글, 앤트로픽에 내용을 공유했지만 회사가 취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공개한 문자열만 차단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표한 문자열 말고도 챗GPT와 바드에 모두 적용되는 비정상 문자열만 수천 개 발견됐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기술 보안 취약점에 대한 연구 결과는 대응 방안이 마련된 뒤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처법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당분간 챗GPT를 비롯한 AI 챗봇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런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원리가 간단하므로 연구팀이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누군가 발견해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또한 AI 챗봇에 걸린 윤리적 제어 장치를 무력화하는 방법이 이미 다수 등장했으므로 이번 발표로 인해 악용 사례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직후 구글 대변인 엘리야 라왈(Elijah Lawal)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AI 챗봇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오픈AI와 앤트로픽도 대규모 언어 모델이 이런 수법을 막을 수 있도록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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