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oogle)
애플 시리, 삼성전자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MS) 코타나까지. 모두 빅테크 기업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음성비서 명칭이다. 음성비서란 사용자가 음성으로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출시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기기가 말을 인식해 동작을 수행한다는 건 그 자체로 생소한 개념이었다.
당초 음성비서는 미래를 이끌 새 기술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대다수 음성비서는 말귀가 어두웠다. 종종 호출하지 않았는데 응답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일도 많았다. 복잡한 동작은 수행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자주 쓰이는 기능은 제한적이었다. 음악 재생, 날씨 확인, 알람 설정 등 간단한 작업에나 활용됐다.
점점 음성인식은 사용자 관심 밖으로 멀어져갔다. 업체들도 음성비서에 큰 투자를 이어가지 않았다. 구글만 해도 지난해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지원 규모를 축소했다. 올해 들어선 구글 어시스턴트 제3자 서비스 연동 기능을 중단했다. 아마존은 작년에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단행했는데, 알렉사 개발 부서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출처:Apple)
최고경영자(CEO)가 나서서 음성비서를 비판하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올해 초 외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음성비서를 가리켜 ‘돌대가리’라고 평가했다. 애플 시리 공동 개발자인 아담 체이어(Adam Cheyer)는 음성인식을 최근 주목받는 생성 인공지능과 비교하며 “멍청해 보인다”고 혹평했다.
음성비서가 설 자리를 잃는 가운데, 급부상한 기술이 있다. 체이어가 언급한 생성 인공지능이다. 생성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결과물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대표적이다. 챗GPT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해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텍스트로 풀어낸다.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다.
특히 생성 인공지능은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점점 더 정확한 답변을 내놓는다. 이를 강화학습이라고 한다. 사용자 명령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해진 답변밖에 할 수 없는 음성비서가 생성 인공지능과 자주 비교되는 이유다. 그럼 음성비서는 이대로 도태될까. 그건 아닐 듯하다. 빅테크 업계가 음성비서와 생성 인공지능 통합을 꾀하고 있다.
(출처:Amazon)
8월 1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구글이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에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개발팀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팀은 통폐합될 것이며, 일부 직원은 정리해고될 예정이다. 생성 인공지능과 구글 어시스턴트 통합 작업은 모바일 버전부터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내부 이메일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생성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봤다”며 “최신 LLM으로 작동하는 강력한 음성비서가 어떤 모습일지 탐구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발팀의 일부는 모바일을 시작으로 음성비서에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아마존도 음성비서와 생성 인공지능 결합하려 한다. 당초 아마존은 생성 인공지능 붐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이 생성 인공지능을 서비스하기에 적합한 도구라는 점을 내세우는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아마존은 전략을 수정한 듯하다. 생성 AI 붐에 적극 편승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출처:Amazon)
데이브 림프(Dave Limp) 아마존 디바이스·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생성 인공지능은 우리가 한동안 연구한 기술”이라며 “특히 가정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성 인공지능을 제공할 기회’에 대해 언급했다. 아마존은 그간 알렉사를 탑재한 가정용 기기 판매에 주력했다. 알렉사에 생성 인공지능 접목 후 비슷한 행보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알렉사와 생성 인공지능 결합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알렉사 개발 총괄인 로히트 프라사드(Rohit Prasad) 수석 부사장은 알렉사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알렉사 티처 모델’이라는 자체 LLM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