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5 프로 예상 렌더링 (출처:KONSTANTIN MILENIN)
소비자들이 구매한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수리권’이라고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리권이 대두되면서, 여러 업체들이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움직인 곳은 스마트폰 업계다. 스마트폰 업계가 꺼내든 해법은 ‘자가수리 프로그램’이다. 애플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구글 등 동종 업체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했다.
자가수리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스스로 제품을 수리하도록 지원한다. 주로 수리 매뉴얼을 제공하거나 전용 수리 도구와 교체용 부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용자의 몫이다. 스마트폰을 분해하고, 고장난 부품을 꺼내고,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모든 절차를 사용자 스스로 해내야 한다. 또 자가 수리 도중 실수로 제품이 고장 나면 사용자 책임이다.
하지만 자가수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제품 설계다. 대부분 스마트폰은 일체형 디자인이라, 분해부터 쉽지 않다. 일부 중요한 부품은 접착제로 붙어 있어 떼어 내기 어렵다. 사용자가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분해 난이도부터 낮출 필요가 있다. 분해하기 쉽도록 기존과 다른 설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출처:Macrumors)
또다시 애플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7월 30일(현지시간) 외신 블룸버그(Bloomberg) 통신 애플 전문 기자 마크 거먼(Mark Gurman)은 아이폰 15 프로 모델 내부 설계가 아이폰 14 기본형과 같은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거먼은 “이러한 개선을 통해 스마트폰을 더 쉽게 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폰 15 프로 모델 설계가 어떻게 바뀐다는 걸까. 아이폰 14 기본형 설계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이폰 14 기본형은 자가수리에 용이하도록 만들어졌다. 같은 설계를 공유할 아이폰 15 프로 모델도 이와 비슷한 특징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 14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은 자가수리 장애물인 접착제 사용을 줄이고, 쉽게 분해되도록 나사 비중을 늘렸다. 나사는 전용 드라이버로 간단하게 풀 수 있다. 특히 애플은 전면 디스플레이와 뒷판을 본체와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 출시한 제품들은 전면 디스플레이만 분해 가능하다. 함께 출시한 고급형 아이폰 14도 마찬가지다.
(출처:ifixit)
이러한 설계는 수리 난이도를 크게 낮춘다. 뒷판만 열 수 있으면 디스플레이 교체가 어려워지고, 전면 디스플레이만 개폐 가능하면 후면 카메라 등 부품 교체 난이도가 올라간다. 앞뒤로 분해 가능하면 필요에 따라 분해할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수리·분해 전문 웹사이트 아이픽스잇(iFixit)은 “수년 만에 등장한 가장 수리하기 용이한 아이폰”이라고 평가했다.
아이픽스잇은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분해 후 ‘수리 용이성 점수’를 부여한다. 수리 용이성 점수란 제품 수리 난이도를 나타낸 수치다. 아이픽스잇은 수리 난이도가 낮은 제품일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아이폰 14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은 10점 만점에 7점을 기록했다. 아이폰 15 프로 설계에 더 큰 변화가 없다면 수리 용이성 점수도 비슷할 듯하다.
수리 용이성 점수 7점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수리를 방해하는 요소가 발견될 때마다 점수가 차감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타 경쟁 스마트폰은 점수는 주로 3~5점 사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S22 울트라는 3점을 기록했다. 배터리에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분해 과정이 많아서다. 최신작 갤럭시 S23 울트라도 비슷한 이유로 4점을 기록했다.
(출처:ifixit)
만점에 받은 제품은 네덜란드 사회적 기업 페어폰이 만든 ‘페어폰 시리즈’가 유일하다. 페어폰은 전용 도구 없이 교체 가능한 배터리, 명확한 매뉴얼과 다양한 교체용 부품, 디스플레이 교체 용이성을 인정받아 만점을 기록했다. 단 페어폰은 애초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설계됐다. 부품도 대부분 모듈형으로 만들어졌다.
페어폰만큼은 아니지만 애플도 점차 수리 용이성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 14 시리즈에서 기본형으로 설계를 수정했고, 아이폰 15 시리즈에서 고급형 모델에 적용할 예정이다. 보통 애플은 매년 9월 차세대 아이폰을 공개하고, 곧이어 제품을 출시한다. 아이폰 15 시리즈 설계가 수리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을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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