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워치는 새로운 제품이 나와도 극적인 성능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구형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부 제조사는 기존 프로세서를 살짝 손본 다음, 이름만 바꿔 차세대 스마트워치에 넣는다. 어느 한 제조사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유명 제조사 대부분 스마트워치에 구형 프로세서나, 성능을 소폭 개선한 프로세서를 넣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21년 출시한 갤럭시 워치 4 시리즈부터 ‘엑시노스 W920’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다음 해 출시한 갤럭시 워치 5 시리즈도 동일 프로세서를 쓴다. 2년 연속 같은 프로세서를 넣은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갤럭시 워치 6 시리즈는 엑시노스 W930이라는 새 프로세서를 품었다. 엑시노스 W930은 다를까?
7월 27일(현지시간) IT 매체 샘모바일(Sammobile)에 따르면 삼성반도체는 자사 웹사이트에 W930 세부 정보를 공개했다. 파트 넘버는 전작인 엑시노스 W920과 거의 같다. 엑시노스 W930 파트 넘버는 ‘SC55515XBE’, 엑시노스 W920 파트 넘버는 ‘SC55515XBD’다.

핵심 부품 구성은 전작과 다르지 않고, 전체적인 사양 변화는 크지 않다. 한마디로 엑시노스 W930은 일부 성능만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처리장치(CPU)는 Arm 코텍스(Cortex)-A55 코어 두 개를 사용한다. 이전과 동일한 구성이나 성능은 엑시노스 W930이 조금 더 낫다. 최대 클럭이 기존 1.18GHz에서 1.4GHz로 소폭 높아졌다. 보통 기본 클럭이 높으면 성능이 더 좋다.
램 용량도 늘었다. 이전 대비 0.5GB 늘어난 2GB다. 이와 관련 삼성반도체는 “엑시노스 W930은 코텍스-A55 듀얼코어로 CPU 속도를 전작 대비 18% 개선했다”며 “내장 램 용량 역시 전 세대 대비 33% 큰 2GB로 업그레이드해, 앱 진입 속도를 25%가량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W920에 들어간 Arm 말리(Mali)-G68을 쓴다. 클럭은 알 수 없지만, CPU 수준의 개선은 없을 듯하다. 그래픽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 전혀 없었다. GPU 성능 향상이 없다면 꽤 아쉬울 듯하다. 갤럭시 워치는 종종 화면 전환 시 버벅거리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른 사양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최대 지원 해상도, 데이터 전송 속도, GNSS(위성 활용 위치 추적 기술) 지원 범주, 최대 용량(16GB) 등 엑시노스 W920과 별 차이가 없다.
삼성반도체는 엑시노스 W930 제작에 Fo-PLP, SIP-ePOP과 같은 첨단 패키징 기술이 쓰였다고 강조했다. 두 기술은 프로세서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을 하나로 패키지로 묶는 최첨단 기술이다. 하지만 두 기술 역시 이전부터 쓰이던 것이다.
공정 개선을 통한 성능 개선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이전과 같은 삼성 5나노 핀펫(Fin-FET)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만 비슷한 프로세서를 계속 사용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출시된 구글 픽셀 워치는 엑시노스 9110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이는 지난 2018년 출시된 갤럭시 워치에 처음 탑재된 프로세서다. 구글은 자사 첫 스마트워치에 4년 전에 쓰이던 프로세서를 넣은 셈이다.
애플은 지난 2020년 출시한 애플워치 6(S6)부터, 지난해 애플워치 8(S8)까지 동일한 CPU 성능을 지닌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프로세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최고 라인업 애플워치 울트라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워치 울트라도 S8 프로세서를 쓴다. 참고로 S6 프로세서 CPU는 아이폰 11 시리즈에 탑재된 A13 칩 효율 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단 애플은 올해 출시할 애플워치 9에 새로운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알려졌다.
블룸버그(Bloomberg)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새 애플워치 프로세서는 A15 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A15는 지난 2021년 출시된 아이폰 13 시리즈에 쓰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A13보다 2년 뒤에 등장한 만큼, 훨씬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 소문이 맞다면 올해 갤럭시 워치, 애플워치 모두 새로운 심장을 탑재하는 셈이다. 애플은 보통 9월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새 애플워치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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