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은 지난달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첫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비전 프로는 독립적으로 사용 가능한 고성능 MR 헤드셋이다. 애플 자체 설계 M2 칩과 다양한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연산하는 새로운 칩 R1이 탑재됐다. 마이크로OLED를 사용해, 양쪽 합쳐 최대 8K 해상도를 지원하는 등 하드웨어 사용도 큰 이목을 끌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용 시간이다. 애플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한 자리에서 고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비전 프로를 휴대할 때다. 외장 배터리팩과 유선으로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데, 최대 사용 시간이 2시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여타 VR(가상현실) 헤드셋 사용 시간과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2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앞서 비전 프로가 공개되자,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을 아쉬워하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외신 포브스(Fobes)는 비전 프로가 비행기 탑승처럼 어딘가 이동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배터리 수명이 2시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짧거나 영화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7월 23일(현지시간) IT 매체 디지털트렌드(DigitalTrends)는 애플 비전 프로 배터리팩이 여러 종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팁스터(정보유출가) 아론(Aaron)이 공개한 복수의 배터리팩 모델 번호를 근거로 들었다. 그가 찾은 비전 프로 배터리 모델은 총 세 가지다.
현재 애플은 비전 프로용 개발자 키트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앞서 애플은 비전 프로가 펌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도구를 출시했다. 비전 프로 배터리팩 모델 번호는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비전 프로 배터리팩 모델 번호는 A2781, A2988, A2697이다.
아론은 A2781이 비전 프로 배터리라고 언급했다. 이전에 애플이 공개한 비전 프로 외장 배터리팩으로 해석된다. A2988, A2697 등 나머지 두 모델 번호는 정체가 불분명하다.

이를 두고 애플이 각기 용량이 다른 비전 프로용 배터리팩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체는 “애플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애플이 여러 비전 프로용 배터리팩 출시를 계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사용 환경에 맞는 배터리팩을 구매하거나 여분 배터리팩을 미리 구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 아직 100% 확신하긴 어렵다. 비전 프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많다. 애플은 WWDC에서 비전 프로의 모습과 주요 하드웨어 사양, 활용 방안 정도만 발표했다 애플은 비전 프로 외장 배터리 교체 시 핫스왑을 지원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핫스왑이란 작동 중인 기기를 종료하지 않고,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한다.
비전 프로가 외장 배터리팩 교환을 쉽게 할 수 있었다면, 애플이 소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핫스왑 기능이 없다면, 비전 프로는 배터리를 교체할 때마다 시스템을 종료했다가 다시 켜야 한다. 과거 탈착형 배터리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피처폰처럼 말이다. 이 경우 연속 작업이나 콘텐츠 소모 흐름이 중간에 끊기는 단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별 배터리 규격을 따르기 위해 배터리 모델을 나눴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역시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다. 미국 이외 지역 출시는 2024년 말로 예정돼 있어, 여러 배터리팩을 미리 준비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외신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애플이 내년 초 미국에서 비전 프로를 먼저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지역 출시는 같은 해 말에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다음은 캐나다, 영국으로 점쳐진다.
비전 프로는 애플워치 이후 애플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제품군이다. 제품 개발에만 7년 이상 시간이 소요됐고, 개발 인력은 1000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많은 애플 제품 애호가들이 비전 프로를 고대하고 있다. 비전 프로 출시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애플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 같은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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