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일럿 (출처 : Microsoft)
마이크로소프트가 업무용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 ‘코파일럿(Copilot)’의 가격을 7월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코파일럿은 사무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 365’에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항공기 부조종사라는 뜻처럼 사용자의 작업을 보조하고 요청을 처리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65 비즈니스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E3·E5 구독자에게 월 30달러(약 3만8500원)에 코파일럿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시키면 척척…팔방미인 AI 비서 코파일럿
코파일럿은 MS 365 프로그램 전용 애드온이다 (출처 : Microsoft)
코파일럿은 올해 3월 처음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프로그램 중 워드·엑셀·파워포인트·아웃룩·팀스에 코파일럿이 적용됐다. 아직 정식으로 출시된 기능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600여 개 기업이 코파일럿 유료 베타 테스트에 참여했다.
코파일럿의 핵심 역할은 복잡하지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을 사용자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문서나 이메일 초안을 작성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있다.
사람이 문서 작업을 하려면 작성 방향이나 분석 방식을 미리 생각한다. 이후 머릿속에 떠오른 기본 틀을 문서로 풀어쓴다. 코파일럿은 이 과정을 대신한다.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해달라고 설명하면 내용을 분석해 그대로 실행한다.
코파일럿으로 문서 초안을 생성하는 모습 (출처 : Microsoft)
워드(Word)로 문서를 작성할 땐 사용자 요청에 따라 초안을 작성한다.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적절한 양식도 적용한다. 사용자는 초안을 검토하고 내용이 어색하거나 잘못된 곳만 수정하면 그만이다. 문서를 완성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절약된다. 이미 작성한 문서를 요약하거나 여러 문서를 합치는 기능도 있다. 엑셀(Excel)에서는 데이터 변화 추세를 분석해 그래프로 만들거나 발표 대본을 짜 주기도 한다. 파워포인트(Powerpoint)에서는 사용자가 지정한 자료를 토대로 보기 좋은 프레젠테이션을 생성한다.
결과가 항상 완벽한 건 아니다. 내용이 틀리거나 어감이 어색할 수 있다. 코파일럿이 생성한 문서를 곧이곧대로 사용하기보단 한 번 이상 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작업하는 것에 비해 빠르고 편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창의성,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에 너무 매달려 있다며, 문서의 초안을 작성하거나 기본 양식을 만드는 것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코파일럿에게 맡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아무리 편해도 너무 비싸” 구독료 논란…얼마나 비싸길래?
코파일럿으로 엑셀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습 (출처 : Microsoft)
코파일럿을 잘 활용하면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 하지만 섣불리 도입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다.
코파일럿 구독료는 월 30달러(약 3만8500원)다. 평생 이용권 없이 오로지 구독 서비스로만 판매한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도 구독 서비스다. 하지만 구독료는 코파일럿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업용 라이선스 구독료는 제공되는 프로그램 종류와 옵션에 따라 월 6700원부터 시작한다. 가장 비싼 옵션은 월 2만4700원이다. 보조 옵션인 코파일럿이 마이크로소프트 365 최상위 옵션보다도 50% 이상 비싼 셈이다.
이런 기형적인 가격 구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IT 매체 ‘더 버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I 기반 서비스 개발에 투자한 비용이 커 코파일럿의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고 7월 19일 보도를 통해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월 오픈AI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향후 몇 년에 걸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19년부터 자체 AI 칩셋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해외 매체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현재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엔비디아(NVIDIA)가 만든 칩셋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칩셋 가격이 비싸다 보니 늘어나는 수요만큼 부담도 커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타사 의존도와 원가를 낮출 목적으로 자체 칩셋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관련 기능 가격을 높게 책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 비싼 가격에도 “없으면 불편” 기업 부담 가중될까
비싼 서비스는 안 쓰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파일럿을 미리 사용해 본 베타테스터는 좀처럼 코파일럿 없는 업무 환경으로 되돌아오기 어려운 모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이용자 중 아무도 다시 이 기능 없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GitHub)’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비슷한 코파일럿 기능이 있다. 프로그래머가 코딩할 때 참조할 정보를 찾아주거나 간단한 코드를 대신 작성하는 역할이다. 깃허브 코파일럿을 사용해 본 개발자 중 88%는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응답했으며, 74%는 작업에 집중하기 좋았다고, 77%는 정보나 예제를 검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 도움 됐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도 복잡하지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대신해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파일럿 (출처 : Microsoft)
기업에겐 코파일럿 도입이 부담될 수 있다. 문서 작업 프로그램에 지출하는 비용이 크게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안 쓰자니 코파일럿으로 작업 시간이 상당히 줄어드는 업무가 있을 게 자명하다. 업무마다 코파일럿을 도입했을 때 비용과 기대 효율을 비교한 다음 적재적소에 할당한다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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