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출처 : 로이터)
지난해 11월, 블룸버그에 따르면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0월 독일에서 열린 회사 내부 모임에서 2024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되는 칩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팀 쿡은 정확히 어떤 회사의 칩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정황상 대만 TSMC일 가능성이 높았죠. 당시 TSMC가 애리조나에 팹 시설을 짓고 있었고, 이 공장이 2024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거든요. 게다가 애플은 TSMC의 오랜 단골이기도 합니다.
애플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칩을 선호하는 이유는 미국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애플뿐만 아니라 AMD와 엔비디아(NVIDIA) 등의 미국 기업이 향후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서 칩을 조달받겠다고 밝혔어요.
TSMC의 유일한 약점인 ‘지정학적 리스크’…애리조나 공장에 희망 거는 애플
게다가, 최근 대만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대립이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TSMC의 최대 위험 요소가 됐습니다. 특히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칩은 현재 대만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에요.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칩의 60% 이상이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이 대만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공급망이 심각하게 파괴된다”고 지적했어요.
궁극적으로 애플 입장에선 미국 내 공급망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느낄 거예요. 미국 정부에서는 반도체 지원법(CHIPS)으로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과 오랜 인연을 맺은 TSMC도 최대 150억 달러(약 20조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출처 : TSMC)
TSMC 애리조나 공장은 본래 2024년에 완공돼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TSMC 애리조나 공장 장비 반입식에 팀 쿡 애플 CEO와 함께 방문하기도 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에요. 애플의 미국산 칩 사용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 같습니다.
‘숙련된 현지 인력 부족’…TSMC의 공장 가동 1년 연기, 애플 계획도 차질
마크 리우 TSMC 회장 (출처: 연합뉴스)
지난 7월 20일(현지 시간), 마크 리우(Mark Liu) TSMC 회장은 회사의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애리조나 공장 가동이 2025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회사가 당초 계획한 것보다 1년 연기된 건데요. 마크 리우 회장은 현지 시설 장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갖춘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어요.
그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대만에서 전문 엔지니어를 파견해 현지 근로자를 훈련하면서 장비 설치 속도를 높이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TSMC는 정확히 몇 명의 직원을 애리조나 파견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회사는 지난달 전문 인력을 추가로 파견했습니다. 그만큼 원래 계획대로 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싶었던 염원이 컸을지도 몰라요.
TSMC 애리조나 공장 건설 현장 (출처: TSMC)
본래 TSMC의 애리조나 1공장은 2024년에 가동을 시작해 5나노 공정 칩을 생산할 계획이었습니다. 이후 조금 더 발전된 기술인 3나노 공정 칩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던 애리조나 2공장도 2026부터 가동할 것으로 전망됐죠. 하지만 당장 1공장 건설이 늦어지면서,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칩을 사용하려던 애픙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어요.
‘매출 급감’ 어려운 상황 속 TSMC…악재 딛고 일어날까
(출처: 연합뉴스)
현재 애플은 1~2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TSMC 애리조나 공장 가동이 연기된 것은 애플에게 추가 악재나 다름없어요. 한편, TSMC도 힘든 2분기를 보냈는데요. 회사의 2분기 매출은 4808억 41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습니다.
순이익은 1818억 대만달러로, 이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3.3% 감소했어요. TSMC의 매출과 순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건 4년 만에 처음입니다. 회사는 올해 매출도 지난해보다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결국 매출 급감을 겪고 있는 TSMC의 상황이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도 불똥이 튄 모양새입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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