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솔 게임을 처음 접하면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건 컨트롤러다. 아무리 연습해도 컨트롤러에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이곳저곳에 배치된 작은 버튼들, 양손 엄지로 움직이는 조이스틱은 키보드 조작에 익숙한 이에게는 상당한 이질감을 선사한다. 생각만큼 정확하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악력이 약하다면 컨트롤러로 콘솔 게임을 해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테다.
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도 다룰 수 있는 컨트롤러는 없을까.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한 소니가 직접 장애인용 컨트롤러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7월 13일(현지시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컨트롤러 키트’ 출시 일정을 발표했다.

접근성 컨트롤러 키트는 7월 21일부터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예약 주문할 수 있으며 12월 6일 전 세계 출시 예정이다. 가격은 국가에 따라 한화 11~15만 원 정도로 책정됐다. 약 8만 원에 출시했던 듀얼센스보다 약간 비싸다.
■ 접근성 컨트롤러란? 손이 불편한 사람도 PS5 즐기는 게임 패드

접근성 컨트롤러는 플레이스테이션5(PS5) 전용 컨트롤러 대신 사용 가능한 게임 패드다. 손이 불편한 사람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전체 구조를 완전히 변경했다.
기존 듀얼센스 컨트롤러는 양손으로 잡고 조작하도록 설계했다. 양손 엄지로 조이스틱과 방향키, 액션 버튼을 조작하고 검지로 숄더 트리거를 누르는 구조다. 양손으로 컨트롤러를 안정적으로 잡은 다음 검지와 엄지를 사용해 플레이하다 보니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조작이 어려웠다.

접근성 컨트롤러는 모양부터 다르다. 동그란 원판처럼 생겼는데 가장자리를 따라 버튼이 8개, 가운데에 버튼이 1개 탑재됐다. 가장자리 버튼에는 5가지 버튼 덮개를 사용자의 손 상태나 버튼 기능에 따라 골라 장착한다. 덮개는 △일반 버튼 덮개 △평면 버튼 덮개 △밀거나 당겨 버튼을 누르는 커브 버튼 덮개 △손이 작은 사람도 사용 가능하도록 길이를 늘린 오버행 버튼 덮개 △버튼 2개를 누를 수 있는 와이드 버튼 덮개가 제공된다.
각 버튼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배치한다. 제어 프로필을 최대 30개 만들고 원하는 자리에 할당할 수 있다. 또한 버튼마다 어떤 기능을 할당했는지 표시하는 ‘태그’가 19종류 제공된다. 컨트롤러와 UI 설정, 버튼 기능은 PS5에서 변경 가능하다.

측면에는 조이스틱을 장착할 수 있다. 스틱도 크기와 모양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 △기존 컨트롤러와 동일한 표준 스틱 △표면적을 넓힌 돔 스틱 △크기와 높이를 대폭 늘려 쉽게 조작 가능한 볼 스틱이 제공된다. 조이스틱을 장착하는 부분은 길이를 조절해 스틱과 컨트롤러 거리를 손에 맞게 조정하는 기능도 있다.

접근성 컨트롤러에 탑재된 조작부는 버튼 9개, 조이스틱 1개다. 듀얼센스 컨트롤러는 버튼 16개, 조이스틱 2개, 터치패드 1개로 구성됐다. 동시 사용 가능한 기능 수는 접근성 컨트롤러가 불리하다. 대신 접근성 컨트롤러를 2대 페어링해 컨트롤러 한 대처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양손으로 접근성 컨트롤러를 한 대씩 잡고 사용하면 버튼 18개, 조이스틱 2개가 탑재된 컨트롤러 한 대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또한 듀얼센스 컨트롤러를 추가로 페어링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가족이나 친구가 듀얼센스 컨트롤러로 게임을 보조할 수 있다.
접근성 컨트롤러 측면에는 3.5mm AUX 단자가 4개 있다. 여기에 외부 스위치나 스틱 같은 접근성 액세서리 연결이 가능하다. 기존 컨트롤러보다 불편하지 않게끔 여러모로 신경 쓴 모습이 엿보인다.
바닥면이 평평해 컨트롤러를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테이블이나 휠체어 트레이에 놓고 손을 얹어 조작할 수 있다. 범용 AMPS 마운트와 호환돼 삼각대나 장애인 보조 장비에 고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 모든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차기 접근성 제품도 기대돼
소니는 “모든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접근성 컨트롤러 키트를 개발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출시하는 접근성 컨트롤러는 손이 불편한 사람에게 특화된 제품이다. 게임을 손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우선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손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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