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메타버스라는 말이 전혀 생소하지 않은 시대다. 가상,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탄생한 ‘메타버스(MetaVerse)’는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 현실 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세계를 말한다. 보통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현실을 뛰어넘어 현실 세계와 비슷한 활동이 가능하다.
한동안 메타버스는 특유의 성격 탓에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해지고 덩달아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증강현실(AR), NFT, 가상화폐 등이 인기를 얻으며 패션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른바 메타버스의 기술력과 패션 산업의 융합으로 ‘메타패션(Meta Fashion)’이 탄생한 것이다.
메타패션은 섬유패션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패션 테크의 하나로, 쉽게 말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이미지나 동영상 등으로 만든 가상 의류이다. 현실에서는 옷감의 재질이나 디자인, 색감 때문에 구현이 어려웠던 패션도 제작할 수 있다. 실제처럼 착용해 보며 개성 있는 아바타를 꾸미기도 하고, 직접 입고 벗는 번거로움 없이 착용한 모습을 예상할 수 있어서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덕분에 많은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로블록스, 제페토, 더샌드박스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더욱 활발히 진행됐다. 이중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를 예로 보면, 세계적인 업체들과의 협업은 물론 가상화폐를 도입하면서 성공적으로 메타버스 경제 생태계를 구축했다.
제페토는 증강현실 아바타를 활용한 단순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불가리, 구찌, 크리스찬 루부탱, 폴로 랄프로렌, 나이키, MCM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컬렉션을 선보이고 실제 브랜드 상품과 똑같은 아이템을 판매하기도 하는 등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크게 구분하지 않으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요즘 세대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빙그레, 롯데월드, CGV와 같은 다양한 브랜드들도 입점해있는데, 이들의 성공 사례를 보면 소비자들은 가상공간을 단순히 즐기기 위한 가짜 세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와 똑같이 오프라인과 동일한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기 원하고, 오히려 현실보다 더 멋지고 근사하게 꾸미고 싶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는 패션 시장의 산업 구조가 아날로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패션산업에 IT 기술이 더해지면 더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자인이나 생산 과정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디지털 기술이 감성과 행동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메타패션은 메타버스의 확산과 더불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가상 현실 속 디지털 패션 아이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그 시장 규모가 2030년 550억 달러(한화 약 69조 3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국내 메타패션의 발전을 위한 본격적인 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작년 초, 섬유패션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패션 테크 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적 수준의 메타패션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것이다.
작년 말에는 섬유센터에서 국내 최초 메타패션 출시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선보인 30벌의 메타패션은 유명 디자이너와 셀럽이 협업을 통해 약 6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시범 제작한 결과물이다. 이렇게 제작된 디지털 의류는 KT와 클로버추얼 패션이 함께 구축한 메타패션 플랫폼 ‘메타클로젯(Meta Closet)’앱을 통해 AR 착장 체험과 사진촬영을 제공했다.
(출처 = 산업부/메타클로젯)
메타클로젯은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지털 의류 제작 툴 ‘3D CLO’를 활용한 고품질의 메타패션 제작부터 제품 전시와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소비자에게는 착장 체험과 아바타 구현, 제품 구매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신개념 플랫폼이다. 겨울 왕국의 엘사 드레스를 만들었을 정도로 세계적인 디지털 의류 제작 기술을 보유한 ‘클로버추얼패션’의 제작을 맡았으며,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패션 의상을 보다 가까이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픈형 메타패션 플랫폼이 되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패션몰 5층 서울패션허브 배움뜰 내에 ‘메타 패션 플레이그라운드’를 조성했다. 메타 패션 플레이그라운드는 디지털 패션에 관심 있는 누구나 손쉽게 메타패션을 보다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직접 창작도 해볼 수 있는 국내 최초 복합문화 공간으로,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가상 의류를 직접 입어본 것처럼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할 수 있다.
메타 패션 플레이그라운드는 크게 체험존과 창작존 두 곳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체험존에는 메타버스 몰 플랫폼 ‘패스커(FASSKER)’를 이용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바타에 디지털 패션 아이템을 활용해 스타일을 꾸미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거나 촬영 후 SNS에 공유할 수 있다.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스냅챗으로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패션 의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아서왕, 어린 왕자, 개량한복 등의 패션을 착장해볼 수 있고 해당 의상의 AR 필터를 스냅챗에 적용해 본인의 스마트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클로 지니(CLO JINNY)를 활용해 가상 의류를 직접 제작해 보거나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하듯 가상공간 안에서 다양한 가상 의류를 선택해 구경할 수 있는 버추얼 쇼룸(Virtual showroom)도 있다.
또한, 메타 패션 플레이그라운드에는 패션 디자이너와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메타패션 상품을 창작할 수 있는 ‘창작존’이 마련되어 있다. 최신식 고성능 PC 10대에 페인터(Substance 3D Painter), 샘플러(Substance 3D Sampler), 스테이저(Substance 3D Stager), 모델러(Substance 3D Modeler)의 어도비 서브스턴스 3D 프로그램과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클로 3D(CLO 3D), 클로 지니(JINNY) 등 전문가용 소프트웨어가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고,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에 매우 쾌적한 환경에서 창작활동이 가능하다.
메타 패션 플레이그라운드의 공동 운영 기관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한국패션산업협회, 한국의류지능화연구소는 이곳을 통해 메타버스 기반의 신진 디자이너와 글로벌 패션 테크 브랜드를 육성하고 디지털 패션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메타패션 플랫폼을 확대 구축하고 관련 비즈니스를 지원하며 메타패션 포럼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패션이 오프라인 중심의 패션 산업을 능가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동안 섬유라는 정해진 틀 안에 갇혀 있던 기존의 패션 산업이 디지털로 옮겨감에 따라 생산 공정도 단축되고 디자인 과정에서 훨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디지털 기술력과 패션을 잘 융합한다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메타패션 시장을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최초로 섬유패션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패션 테크 공간인 메타 패션 플레이그라운드는 올해 12월 20일까지 일반인 누구에게나 개방되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이용할 수 있으니 (휴게시간 오후 12시~1시) 패션에 관심 있다면 직접 방문해 다양한 디지털 패션을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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