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DigitalTrends)
서구권 국가를 중심으로 수리권이 조명받고 있다. 수리권이란 사용자가 구매한 제품을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겉으로 보면 수리권은 사용자 권리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더 들여다보면 수리권은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를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수리권 옆에 전자 폐기물 감축이라는 개념이 항상 따라붙는 이유다.
최근 수리권 보장을 위해 독특한 방안을 모색하는 업체가 있다. 바로 PC 제조사 레노버(Lenovo)다. 7월 16일(현지시간) IT 매체 디지털트렌드(DigitalTrends)는 레노버가 모듈식 설계 노트북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레노버는 이를 프로젝트 오로라(Aurora)라고 명명했다. 단 아직 개발이 시작된 건 아니다. 개발 전 기획 단계라는 설명이다.
프로젝트 오로라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제품이다. 매체에 따르면 레노버는 사용자들이 노트북 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다수가 노트북을 구매할 때 수리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레노버는 이를 반영해, 사용자들이 수리하기 쉬운 노트북을 구상하게 됐다.
레노버 측은 “노트북의 다양한 부품을 어떻게 배열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부품 수리와 업그레이드에 대한 접근 방식을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자주 수리해야 하는 부품이 무엇인지 어떤 부품에 더 쉽게 접근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리가 쉬운 노트북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레노버는 전용 도구 없이 분해 가능한 디스플레이, 재사용 가능한 규격화된 키보드, 업그레이드 가능한 부품을 염두하고 있다. 또 재사용 가능한 소재를 적용하는 방안도 프로젝트 오로라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아쉽지만 아직 기획 단계라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 프로젝트의 방향 정도만 확인 가능하다.
레노버는 프로젝트 오로라 첫 판매처로 기업을 꼽았다. 즉 프로젝트 오로라가 나온다면, 레노버 대표 노트북 싱크패드 제품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다수의 PC와 노트북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제때 최신 PC를 제공하지 못하는 업체도 더러 있다. 레노버는 프로젝트 오로라로 구형 노트북 부품을 쉽게 교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Dell)
PC 배경지식이 있다면 모듈식 노트북은 일반 사용자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보통 노트북은 데스크톱과 달리 업그레이드가 제한적이다. 내부에 다양한 부품을 집약하다 보니, 부품을 교체하기 쉽지 않다. 사용자 입맛에 맞게 부품을 교체하고, 쉽게 수리할 수 있다면 수리권과 사용자 편의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단 모듈식 노트북 개념은 이전에도 있었다. 레노버가 최초는 아니다. PC 제조사 델(Dell)은 지난 2021년 ‘콘셉트 루나(Concept Luna)’를 공개했다. 콘셉트 루나는 시제품까지만 만들어진 모듈형 노트북이다. 레노버 프로젝트 오로라처럼 모듈식 부품을 사용해 수리와 교체가 쉽다.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델은 2세대 콘셉트 루나를 선보이기도 했다.
콘셉트 루나 2세대는 델이 제시한 차세대 모듈식 노트북이다. 제품 분해에 방해되는 접착제, 일체형 부품을 최대한 배제하고 모듈식 설계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델은 콘셉트 루나를 분해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단 몇 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델은 여기에 부품별 수명 주기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더했다고 강조했다.
(출처:FrameWork)
모듈식 부품을 채용한 실제 제품도 있다. 스타트업 프레임워크(Framework)에서 출시한 노트북이다. 내부 부품은 물론 외부에 달린 각종 단자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부품에는 QR 코드가 붙어있는데, 이를 스캔하면 교체 부품과 교체 방법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로 이동한다.
프레임워크 노트북은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제품이다. 대중화에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말이다. 레노버와 델와 같은 글로벌 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 모듈식 노트북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지 않을까. 최근 움직임이 새로운 모듈식 노트북의 탄생으로 이어질지, 단순 수리권 구색 맞추기로 끝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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