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과 달리 요즘 스마트폰은 사양이 뛰어나다. 고사양 모바일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수년은 더 사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평균 43개월로 집계됐다. 3년 이상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단 제조사 도움 없이는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 제조사가 사후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운영체제(OS) 판올림은 물론 보안 업데이트를 받을 수 없어서다.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사후 지원 기간을 잘 알아봐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제조사들은 사후 지원 기간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운영체제 업데이트는 4년, 보안 업데이트는 5년간 보장한다.
이보다 더 오랜 기간 사후 지원을 약속한 업체가 있다. 바로 네덜란드 사회적기업 페어폰(FairPhone)이다. 7월 10일(현지시간) 외신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은 페어폰이 ‘페어폰 3’ 사후 지원 기간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페어폰 3는 지난 2019년 출시된 구형 기기다. 갤럭시 S10, 아이폰 11과 동년배인 셈이다.

페어폰은 트위터를 통해 “원래 페어폰 3는 2024년 8월까지 5년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페어폰의 핵심 가치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에 사후 지원 기간을 2년 연장해 2026년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페어폰에 따르면 페어폰 3는 얼마 전 최신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13 업데이트까지 받았다.
그간 페어폰의 행보를 보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해 페어폰은 출시 7년차를 맞은 페어폰 2에 안드로이드 10 업데이트를 제공했다. 물론 안드로이드 10은 당시에도 최신 운영체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출시한지 7년이 지난 스마트폰에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사후 지원을 하는 업체는 드물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페어폰처럼 긴 기간 사후 지원을 제공하는 업체는 찾기 어렵다. 페어폰과 비교하려면 애플이 적당하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와 달리, 오래전부터 사후 지원 기간이 넉넉했다. 예컨대 지난 2017년 출시한 아이폰 8 시리즈는 지난해 iOS 16 판올림을 받았다. 올해 초 애플은 2013년 출시한 아이폰 5S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했다.

물론 페어폰은 애플, 삼성처럼 거대한 기업이 아니다.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운 위치다. 대신 페어폰은 지속가능한 경영,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 가치를 뒀다. 페어폰은 사용자들이 최대한 오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적극 지원한다. 고사양 스마트폰 개발, 제품 판매량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예컨대 페어폰 스마트폰은 모듈식 설계를 적용해, 사용자들이 내부 부품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 페어폰 홈페이지를 보면, 기종별 교체 부품을 판매 중이다. 제품이 고장 나면 필요한 부품만 구매하면 된다. 단종된 제품도 문제없다. 구형 제품 부품도 판매 중이다. 페어폰이 아이픽스잇과 같은 수리 전문 웹사이트에서 항상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자가수리 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특별하지 않다. 애플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각각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어폰과 달리 이들 업체가 내놓은 자가수리 프로그램은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제품 분해가 어려워 자가수리를 하기 어려워서다. 이와 달리 페어폰은 구조를 단순화해, 분해 난이도가 낮다.

종합하면, 페어폰은 사용자가 최대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도록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업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페어폰에서 제시한 스마트폰 구독 모델이다.
앞서 페어폰은 구독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48시간 안에 수리를 보장하는 구독 모델을 선보였다. 수리가 어려우면 리퍼 제품을 보내는 대신, 고장 난 제품은 예비 부품으로 사용한다. 대신 반드시 스마트폰 케이스와 화면 필름을 장착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스마트폰 고장을 최소화하고, 버려지는 부품을 최소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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