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회사 인텔(Intel)이 7월 11일(현지시간) 자사 미니 PC 플랫폼 ‘NUC’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NUC는 미니 PC를 대변하는 이름으로도 통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제품군이다. 소식을 접한 업계와 소비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 NUC란? 인텔의 초소형 컴퓨터
NUC (출처 : intel)
‘NUC(Next Unit of Compute)’는 인텔이 출시한 미니 PC 라인업이다. 일반 PC보다 작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가장 작은 모델은 겨우 손바닥만 하다. 베사(VESA) 마운트와 호환돼 모니터 뒷면 베사홀에 부착할 수도 있다. 모니터를 일체형 PC처럼 사용하는 셈이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지 않는 소규모 간이 서버나 키오스크에 NUC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 장단점 ‘명확’, 포지션은 ‘애매’…수익성이 문제?
NUC의 장점은 작은 크기다. 공간 제약이 많은 장소에 데스크톱을 둬야 한다면 NUC 사용을 고려할 만하다. 물론 데스크톱의 두께를 줄인 ‘슬림형 PC’도 있다. 하지만 슬림형 PC도 본체를 둘 자리는 필요하다. 반면 NUC는 모니터 뒤에 매다는 것도 가능하다. 본체마저 두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곳에서 공간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다.
주변 기기를 많이 연결하겠다면 허브를 꼭 사용해야 한다 (출처 : intel)
단점은 성능 한계다. NUC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저전력·저발열 설계다. 크기가 작다 보니 안에서 발생한 열이 잘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크기를 유지하는 동시에 하이엔드 게이밍 PC처럼 높은 사양을 갖추는 게 불가능하다. 본체 크기가 작아 주변 기기를 많이 연결하기도 어렵다. 확장성은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USB 단자가 3~4개, 모니터 출력 단자가 1개 탑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임에 특화된 고성능 NUC. 크기가 조금 작은 데스크톱 수준이다 (출처 : intel)
모델에 따라 데스크톱용 고사양 CPU를 탑재하고 외장 그래픽카드 설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사양 모델은 크기가 커 모니터 뒤에 매다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데스크톱처럼 별도 공간에 세워야 한다.
인텔이 개발에 참여한 ‘썬더볼트(Thunderbolt)’ 단자가 탑재된 모델도 있다. 여기에 허브를 연결하면 추가 모니터나 주변기기를 더 많이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허브를 둘 자리가 추가로 필요하다. 공간 효율이 좋다는 NUC의 장점이 퇴색한다.
NUC (출처 : intel)
애매한 포지션도 단점이라 볼 수 있다. 저전력 프로세서와 노트북용 램을 탑재한 NUC를 보면 ‘차라리 노트북을 쓰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심지어 일반 데스크톱처럼 고정된 장소에서 전원까지 공급받아야해 휴대성도 떨어진다. 높은 성능이 필요하다면 데스크톱을, 휴대성이 필요하다면 노트북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결국 NUC는 적당한 성능을 갖춘 데스크톱이 필요하지만 본체를 둘 자리가 협소하다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적합한 제품이다.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다. 오히려 비슷한 성능을 갖춘 일반 데스크톱이나 노트북보다 훨씬 비싸다. 제품의 성능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소형화하는 데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듯 소비자의 선택을 가로막는 여러 요인들로 수익성이 점점 낮아지고, 결국 투자 종료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 인텔 NUC 역사 속으로? 파트너사 협력 여지 남겨
초소형 미니 PC를 대표하다시피 한 인텔 NUC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하지만 인텔은 투자 종료를 발표하면서 아직 역할이 남았다는 태도를 취했다.
인텔은 언론과 파트너사에 보낸 서신을 통해 “NUC 사업 직접 투자를 중단하며, 파트너사가 NUC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전략을 전환키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인텔이 직접 NUC를 출시하는 건 그만두지만 파트너사가 NUC와 비슷한 미니 PC를 만드는 데에는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를 탑재한 미니 PC (출처 : Beelink)
향후 인텔은 경쟁사인 AMD와 비슷한 사업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AMD도 NUC와 비슷한 라이젠 기반 미니 PC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인텔처럼 완제품을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미니 PC용 임베디드 프로세서를 개발해 협력사에 제공하는 형태다. 대표적인 파트너사로는 애즈락(ASRock), 기가바이트(GIGABYTE), 세코(SECO), 비링크(Beelink)가 있다. 인텔도 완제품 생산을 접고 협력사에 프로세서와 메인보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인텔은 파트너사와 협력해 기존에 출시했던 NUC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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