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AP뉴시스)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싸움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갈등인데요. 갈등의 원인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거래 때문이었습니다. MS는 지난해 1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오버워치’, 워크래프트’ 등 수많은 유명 게임 타이틀을 보유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약 687억 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어요. 양측의 인수 거래는 그야말로 ‘세기의 딜’이라고 평가됐죠.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게임 타이틀을 다수 보유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엑스박스(Xbox) 콘솔로 게임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MS의 합병은 인수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거래를 가로막은 건, FTC였어요. 지난해 12월, FTC는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사실 FTC의 소송은 더 나아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형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로 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막으려고 하거든요. FTC는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면, 게임 시장의 공평한 경쟁을 억압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9월, MS는 인기 게임 타이틀을 여럿 보유한 베데스다(Bethesda)의 모회사 제니맥스(ZeniMax Media)를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MS가 제니맥스를 인수하면서 일부 인기 게임이 MS의 엑스박스에만 독점 공급됐어요. 그러면서 경쟁사인 소니에 공급되던 게임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FTC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하는 거예요.
MS “우리 점유율 꼴찐데 무슨 독점이야” vs FTC “공정한 경쟁 저해”…누가 맞을까
(출처: 연합뉴스)
MS는 그동안 낮은 시장 점유율을 이유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해도 독점이 아니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지난 6월 말, 진행된 MS의 인수 청문회에서 회사는 콘솔 전쟁에서 소니에 밀렸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엑스박스 콘솔은 전체 시장에서 16%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 콘솔 시장에서도 소니와 닌텐도에 이어서 3위에 위치하고요.
오히려 MS는 이 자리에서 블리자드 인수를 막는 건, 소니의 시장 독점을 돕는 일이라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FTC는 여전히 해당 인수 거래가 시장에 미칠 위협이 크다며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임에 변함이 없어요.
이대로 가면 블리자드 인수는 시간 문제? ‘가처분 신청 기각’이 의미하는 것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어쩌면 이 싸움의 끝이 MS 측에 더 유리하게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7월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따르면 FTC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저지하는 가처분 소송에서 패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거래를 중단하도록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FTC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에서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게임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는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물론 양측의 인수 거래가 기술 업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이며, 그렇기에 조사할 가치가 있는 것은 인정했어요. 하지만, 조사 결과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합병이 시장 경쟁을 저해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양사 합병이 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이란 명확한 근거를 FTC가 제시하지 못한 걸로 분석돼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위해 MS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출처: 엑스박스 공식 홈페이지)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MS 측은 빠른 결정을 내려준 법원 측에 감사를 표했어요. 또한 규제 당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죠. 한편, FTC는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합병이 게임 업계에 미칠 위협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실망스럽다고 밝혔어요. 그러면서 시장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추후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수를 완료하기 위해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제 미국 법원도 MS의 손을 들어줬고, EU 집행위도 승인한 상태에요. 남은 건 영국의 반독점 규제기관인 경쟁시장청(CMA)의 허가뿐입니다. 그동안 빨간불이었던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건이 이번 판결로 탄력을 받은 건데요. 과연, MS는 영국 반독점 규제 기관의 허가까지 받고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계획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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