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퀘스트 프로 (출처 : Meta)
가상현실(VR) 게임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드 아트 온라인’에는 주인공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배경은 주인공에게 익숙한 가상현실 게임이 분명한데 길가에 난 풀을 들여다보니 현실과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현실인지 가상인지 혼란해한다. VR에서 시각 정보가 몰입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사실적인 VR 체험을 해볼 날이 머지않았다. 메타(Meta)가 7월 11일(현지시간) VR 화면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기능 ‘메타 퀘스트 슈퍼 레졸루션(Meta Quest Super Resolution, MQSR)’을 발표했다. MQSR은 메타 퀘스트 2와 메타 퀘스트 프로 같은 VR 기기에 적용되는 해상도 향상 기능이다.
스냅드래곤 게임 슈퍼 레졸루션 옵션 별 렌더링 비교 (출처 : 퀄컴)
기반 기술은 지난 4월 퀄컴이 출시한 ‘스냅드래곤 게임 슈퍼 레졸루션(Snapdragon Game Super Resolution)’이다. 게임을 저해상도로 빠르게 렌더링한 다음 기본 해상도로 업스케일링(Upscaling)하며 화질까지 향상시킨다. 게임 성능이 향상되고 전력 소모량도 절약한다. 저사양 기기에서 게임 해상도를 높여 플레이할 때에도 도움 된다. 메타는 퀄컴과 협력해 이 기능을 메타 퀘스트에 최적화했다.
업스케일링 기능은 저사양 PC뿐만 아니라 VR 기기에도 유용하다. VR 게임은 PC 게임보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 해상도나 그래픽 수준을 낮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C 게임은 렌더링한 그래픽 데이터를 디스플레이에 띄우면 그만이다. VR 게임은 사용 중인 VR 기기의 렌즈 왜곡과 색수차, 롤링 셔터 방지 처리, 사용자의 움직임 같은 외부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반영해야 한다. 해상도가 너무 높으면 지연 시간이 늘어나고 사용자의 움직임은 VR 디스플레이에 반 박자 느리게 반영된다. 이 경우 뇌가 몸을 움직였다고 인지한 시간과 시각 정보 사이에 시차가 생겨 멀미를 일으킨다. 그래서 VR 게임은 지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해상도나 그래픽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MQSR 기능을 사용하면 저해상도로 렌더링된 그래픽 데이터가 처음부터 고해상도로 렌더링했던 것처럼 향상된다. 그래픽 데이터 속 이미지 가장자리와 대비를 인식하고 해상도를 끌어올리면서 선명하게 만든다.
메타는 그동안 VR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드는 기능을 계속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이중선형 샘플링 방식을 사용했다. 이후 강력한 대비 적응형 선명화(RCAS) 기술을 기반으로 선명도를 향상시키는 ‘일반’, ‘품질’ 옵션을 추가했다. 메타 퀘스트 v53 업데이트에서는 ‘일반’ 옵션의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품질’ 옵션보다 낮은 성능으로 거의 동일한 결과를 내게끔 개선했다. 메타는 v55 업데이트부터 ‘품질’ 옵션을 MQSR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선명화 옵션별 결과 비교 (출처 : Meta)
선명화 기능을 비교한 이미지도 공개했다. 왼쪽은 기존 이중선형 샘플링 방식, 가운데는 ‘일반’ 옵션, 오른쪽이 이번에 적용한 MQSR이다. 기존 방식은 도수가 안 맞는 안경을 착용한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 일반 옵션을 적용하면 이미지가 상당히 선명해진다. 하지만 원이나 비스듬한 선 부분을 자세히 보면 픽셀이 어긋난 것처럼 보이는 ‘계단 현상’이 확인된다. MQSR이 적용된 이미지는 계단 현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반’ 옵션에서 선명도가 어색할 정도로 강조됐던 느낌도 많이 줄었다. 언뜻 봐도 세 가지 방법 중 MQSR이 가장 자연스럽다.
MQSR을 적용하는 방법 (출처 : Meta)
메타 퀘스트 업데이트 v55 펌웨어를 적용하면 MQSR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업데이트 직후 기본으로 적용되진 않는다. 그래픽 요구 사양이 기존 옵션보다 높기 때문이다. MQSR은 퀘스트 링크 소프트웨어의 ‘오큘러스 디버그 도구(Oculus Debug Tool)’에서 활성화할 수 있다. 디버그 도구 항목 중 ‘Link Sharpening’ 옵션을 ‘품질(Quality)’로 설정하면 VR 콘텐츠에 MQSR이 적용된다.
메타는 이 방법으로 해상도를 높이면 GPU 사용량이 늘어나며, 앱에 따라 지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MQSR을 활성화했을 때 성능이 저하되면 기본 옵션으로 되돌리는 것이 좋다. 또한 일부 텍스처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며, 다음 업데이트(v56)에서는 서브샘플링된 텍스처 데이터에도 MQSR이 적용되게끔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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