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칩셋 제조사 ‘엔비디아(NVIDIA)’가 신제품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4060 Ti 16GB’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공개한 RTX 4060 Ti 8GB에서 그래픽램(VRAM) 용량이 2배로 늘어난 버전이다.
그런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제조하는 파트너사들이 신제품 출시에 소극적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 IT 매체 하드웨어럭스(HardwareLuxx) 기자 안드레아스 실링(Andreas Schilling)이 7월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내용을 알렸다. 그는 엔비디아 파트너사 몇 군데와 이야기를 나눠보았으나, 극소수만 RTX 4060 Ti 16GB 출시에 관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래픽램 용량이 늘어나면 더 많은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게임뿐만 아니라 고사양 그래픽 작업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파트너사의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는 무엇일까. 예상되는 이유 두 가지로 ‘낮은 성능’과 ‘높은 가격’이 거론됐다.
그래픽카드 칩셋별 1080p와 4K 성능 비교 (출처 : DigitalTrends)
RTX 4060 Ti의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졌다. 지난 5월 해외 IT 매체 디지털트렌드(DigitalTrends) 테스트 결과 RTX 4060 Ti 성능은 이전 세대인 RTX 3060 Ti보다 별로 높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조건에서는 성능이 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1080p 해상도에서 RTX 4060 Ti 성능은 RTX 3060 Ti보다 27% 정도 높다. 이전 세대 상위 제품인 RTX 3070 Ti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화면 해상도가 커질수록 점점 약세를 보였다. 4K 해상도 성능은 RTX 3060 Ti와 RTX 3070 Ti 중간 정도에 그쳤다.
매체는 성능 향상 폭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엔비디아 신제품 그래픽카드는 한 세대 이전, 한 세대 상위 제품에 준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갖추기 때문이다. 1080p 테스트에서는 이 조건을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고해상도 환경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RTX 4060 Ti와 3060 Ti의 게임 구동 성능 비교 (출처 : DigitalTrends)
실제 게임 성능은 더 떨어졌다. 리터널(Returnal) 게임 구동 성능 테스트에서 RTX 4060 Ti는 RTX 3060 Ti보다 최대 9% 빠른 데 그쳤다. 4K 해상도 성능은 고작 2프레임만큼 앞섰다. 차이를 체감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심지어 호그와트 레거시,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을 플레이할 땐 1080p 해상도에서도 이전 세대보다 낮은 성능을 보였다.
원인은 그래픽램 메모리 대역폭이었다. 대역폭이 넓으면 한 번에 오가는 데이터가 많아져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데이터양이 늘어나므로 메모리 대역폭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RTX 4060 Ti (출처 : NVIDIA)
RTX 4060 Ti의 메모리 대역폭은 128비트(Bit)로 전작 RTX 3060 Ti(256비트)의 절반이다. 데이터 통로가 좁아 고해상도 환경에서 게임을 구동할 때 성능이 더욱 떨어진다. 엔비디아는 RTX 4060 Ti를 공개하면서 “L2 캐시를 늘려 메모리 대역폭을 줄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줄어든 대역폭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디지털트렌드가 테스트한 RTX 4060 Ti는 8GB 그래픽램을 탑재한 버전이다. 조만간 엔비디아가 공개할 16GB 버전에서 메모리 대역폭이 바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제조를 담당하는 파트너사들이 출시에 난색을 표했다는 소식을 보면 128비트 그대로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그래픽램 용량이 늘어나도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가 좁아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성비는 RTX 4070이 나을 수 있다 (출처 : DigitalTrends)
가격도 문제다. 디지털트렌드 보도에 따르면 RTX 4060 Ti 16GB 가격은 500달러 정도로 책정될 예정이다. 한 단계 상위 제품인 RTX 4070과 겨우 100달러 차이다. 가격은 별 차이 없지만 성능은 RTX 4070이 30%나 빠르다. 예산을 절약해야 한다면 300달러짜리 RTX 4060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
성능과 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 출시할 제품은 “애매하다”라는 평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같은 그래픽 칩셋에 동작 클럭이나 팬 수, 디자인을 달리 적용한 제품을 여러 종류 출시해왔다. 하지만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군에도 그런 정성을 쏟으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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