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계를 막론하고 가장 큰 화두인 것은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지난해 11월, 오픈AI의 챗GPT(Chat GPT)가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키면서 AI는 우리 일상 곳곳을 점령했어요. 특히 교육계도 AI의 습격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무엇을 질문하든, 정리된 문장으로 깔끔하게 답변해주는 챗GPT에 해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수강 과목 레포트를 작성해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기초 자료 조사나 용어 검색에 활용하는 데에 그치면 좋으련만, 점수가 부여되는 레포트에도 AI 도구가 사용되면서 교육계에선 우려가 커졌습니다.
(출처: 전자신문)
이는 해외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에요. 국내 대학에서도 챗GPT를 통해 학습에 도움받는 학생이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실제로 지난 4월, 성균관대 교육개발센터가 재학생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강 과목 학습에 챗GPT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53%였어요.
응답자의 91%는 향후 챗GPT가 매우 유용한 학습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800명 중 224명은 에세이를 작성하는 데에도 챗GPT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물론 이들은 챗GPT가 유용한 학습 도구임을 인정하긴 했지만,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했어요. 응답자의 65%가 챗GPT가 학습 부정행위에 쓰일 것을 우려했죠.
챗GPT 활용해 부정행위 증가할까 우려한 대학가…최근에는 바뀌고 있는 풍경?
결국 국내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챗GPT 활용 교육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교의 경우 고려대, 국민대, 세종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이 이미 학내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든 구축해놓은 상황인데요. 이들 대학 상당수가 초반에는 무작정 AI 도구의 사용을 금지하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요.
서울대 이공대에서는 아예 챗GPT의 답변 중 틀린 내용을 지적하고 근거를 제시하라는 문제를 냈다고 해요.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에서는 챗GPT, 전공 책, 인터넷 등을 모두 활용해 영문 에세이를 쓰는 문제를 출제했다고 합니다. 결국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거죠.
케임브리지, 옥스퍼드대학교 포함한 영국 명문대 연합도 AI 활용 적극 장려 중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런데, AI 도구를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전 세계의 추세인듯 합니다. 지난 7월 4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와 옥스퍼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등 24개의 영국 명문대학으로 구성된 러셀 그룹(Russell Group)이 생성 AI 도구 활용에 대한 원칙을 세웠다고 해요.
러셀 그룹은 흔히 ‘영국판 아이비리그’로도 불리는데요. 이제 새로운 원칙을 통해 러셀 그룹에 속한 대학에서는 교직원과 학생들의 생성 AI 도구 사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새로 제정된 원칙에 따르면 AI 도구의 윤리적 사용이 가능하도록 교육과 평가 방법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요. 동시에 대학들은 AI 도구 사용으로 인한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AI 도구 활용의 모범 사례를 공유할 것을 약속했어요.
기술 변화는 받아들여야…AI를 활용한 교육 개선이 목표라는 러셀 그룹
(출처: 러셀그룹)
그동안 교육계는 학생들의 AI 도구 활용으로 인한 부정행위 증가 우려로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많은 교사, 교수들은 일일이 잡아내기 어려운 챗GPT와 같은 AI 도구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심지어 미국의 한 교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챗GPT가 너무 파괴적이라 교육 방식과 평가 방법을 모조리 바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러셀 그룹의 새로운 원칙은 교육계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갖습니다. 러셀 그룹은 기술이 발전한 만큼 AI를 활용해 교육을 개선하고, 각 과목 수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는데요.
물론 교육계에서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변화를 보인 건 러셀 그룹이 최초는 아니에요.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교육계에서는 AI 도구를 무작정 막기보다는 활용하자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다만, 러셀 그룹처럼 교육 기관 차원에서 나온 변화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만큼 새로운 원칙은 교육계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접근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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