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더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화면을 펼치고 접는다. 큰 화면을 사용하려면, 제품을 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폴더블폰 힌지(경첩) 내구성이 중요한 이유다. 힌지는 양쪽 화면을 결합하는 핵심 부품이다. 내구성이 좋지 않으면 폴더블폰을 오래 사용할 수 없다. 이에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 힌지 내구성이 얼마나 훌륭한지 내세우곤 한다.
구글도 그랬다. 구글은 픽셀 폴드를 발표한 뒤 힌지 설계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구글은 힌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알루미늄보다 튼튼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힌지 재료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글에서 놓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힌지가 아무리 단단해도 본체가 허술하면 쉽게 망가진다는 것을.
7월 5일(현지시간) 외신 wccf테크(wccfTech)에 따르면, 픽셀 폴드는 제리릭에브리싱(JerryRigEverything)의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제리릭에브리싱은 770만 구독자를 보유한 테크 유튜브 채널이다. 주 콘텐츠는 최신 스마트폰 내구성 테스트인데, 그 검증 과정이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스마트폰을 불로 지지고, 단단한 물질로 긁고, 손으로 있는 힘껏 구부리는 식이다.

제리릭에브리싱 내구성 테스트의 하이라이트는 ‘구부리기’다. 다른 테스트와 달리 결과가 극명하기 나뉘기 때문이다. 구부리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은 완전히 박살나곤 한다. 픽셀 폴드가 그랬다. 픽셀 폴드는 구부리기 테스트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제리릭에브리싱이 픽셀 폴드가 접히는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자, 양쪽 본체가 꺾이면서 화면이 고장 났다.
픽셀 폴드는 더 이상 화면이 접히지 않을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 재차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자, 픽셀 폴드 왼쪽 화면이 접히면서 뒤판이 분리됐다. 그 틈으로 배터리를 비롯한 내부 부품이 그대로 드러났다. 픽셀 폴드가 이처럼 부서진 이유는 본체 내구성이 약했기 때문이다. 제품 상·하단 안테나선에 금이 가더니, 그대로 부러졌다.
제리릭에브리싱은 픽셀 폴드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제리릭에브리싱은 “픽셀 폴드 힌지 내구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한 구글은 이번 테스트 결과로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다만 정확히 얘기하면, 고장 난 부위는 힌지가 아니라 휴대전화 본체다”고 말했다.

안테나선은 구글 스마트폰의 약점이다. 구글이 지난해 출시한 바(Bar)형 스마트폰 픽셀 7 프로에서도 같은 부위가 가장 먼저 망가졌기 때문이다. 픽셀 폴드처럼 박살난 건 아니다. 픽셀 7 프로는 카메라 범프 하단, 안테나 라인을 따라 균열이 발생했다. 당시 제리릭에브리싱은 “픽셀 7 프로는 내구성 테스트를 겨우 버텼다”고 평가했다.
그럼 픽셀 폴드가 폴더블 스마트폰이라서 쉽게 망가진 걸까. 그건 아니다. 모든 폴더블폰이 픽셀 폴드처럼 부서지진 않는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플립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픽셀 폴드와 같은 폼팩터인 갤럭시 Z 폴드 3~4세대는 제리릭에브리싱 내구성 테스트를 쉽게 통과했다. 갤럭시 Z 폴드 1세대는 측면에 금이 가긴 했지만,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구글은 다음 세대 폴더블 스마트폰부터 내구성을 강화해야 할 듯하다. 픽셀 폴드 내구성이 도마 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 더 버지(The Verge) 등 외신에 따르면 픽셀 폴드 초기 제품에서 내구성 문제가 발생했다. 제품 사용 2시간 만에 화면에 분홍색 선이 생긴 것이다. 이외 화면에 수많은 긁힘이 발생하는 등 내구성이 충분치 않았다.

한 사용자는 픽셀 폴드를 세 차례 접었는데, 화면에 결함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외신 기자도 픽셀 폴드 내구성을 문제 삼았다. 픽셀 폴드를 사용하는 외신 아르스테크니카(ArsTechnica) 기자는 수일만에 화면이 고장 났다고 주장했다. 화면 하단에 정체불명의 흰색 선이 생기더니, 나중에는 먹통이 됐다는 설명이다.
픽셀 폴드는 수년 만에 구글이 공개한 첫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개발 기간이 길었던 만큼, 많은 이들이 픽셀 폴드에 기대를 걸었다. 일각에서는 픽셀 폴드가 삼성전자 갤럭시를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픽셀 폴드는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다음 세대 폴더블폰을 준비 중이라면, 내구성부터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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