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등장 이후 ‘터치’는 가장 흔한 전자 제품 조작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전에는 버튼처럼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했었다. 터치 방식은 상당히 직관적이다. 화면을 보고 원하는 기능이 위치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터치 방식도 화면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있어야 한다. 입력 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요즘에는 터치를 넘어선 독특한 방법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손, 눈동자 등 신체를 추적한다거나 목소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주로 VR(가상현실) 분야에서 이런 방법이 쓰이고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번에 소개할 휴메인(Humane) ‘Ai 핀(Ai Pin)’도 터치나 화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음성으로 조작하고 프로젝터로 화면을 대신한다.
Ai 핀은 지금까지 없었던 독특한 휴대용 전자 제품이다. ‘핀’이라는 이름처럼, 의류에 부착해서 사용한다. 사용 방법도 굉장히 독특하다. 휴메인은 앞서 AI 핀을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휴메인은 미국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테드(TED) 강연에서 제품 사용 방법을 시연했다. 당시 강연자는 Ai 핀을 셔츠 가슴 주머니에 부착한 채로 나타났다.

강연자는 Ai 핀으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강연자가 말하는 도중 제품에서 초록색 빛이 나오더니, 손바닥에 발신자 정보를 표시했다. 화면을 없앤 대신 사용자 신체나 주변 사물에 빛을 투사해 디스플레이를 생성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외 Ai 핀은 제품에 탑재한 카메라로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했고, 사용자가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도 했다.
Ai 핀은 당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제품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한정적이었습니다. 제품 이름도 없었고, 실제 출시될 제품인지도 불분명했다. Ai 핀이라는 제품명이 밝혀진 것도 최근의 일이다. 휴메인은 지난달 마지막 날, 강연에서 선보인 제품명이 Ai 핀이라며, 실제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휴메인에 따르면 Ai 핀은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휴메인 웹사이트를 보니, 이미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단 휴메인은 아직 출시가를 밝히지 않았다. 예상은 할 수 있다. 휴메인은 Ai 핀을 의류 기반 웨어러블 장치라고 소개고 있는데, 스마트폰과 경쟁할 폼팩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비슷한 가격대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물론 추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 전자 제품 가격은 제조사가 정하기 나름이다. 애플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 출고가는 메타 프리미엄 VR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 대비 2배 이상이다. 스마트폰 출고가가 라인업별로 다르듯, 비슷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가격대는 제각각이다. 대중화가 목표라면 가격을 낮게 설정하겠지만, 아니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Ai 핀의 핵심 연산 부품은 퀄컴 제품이라고 한다. 퀄컴은 주로 스마트폰, VR헤드셋, 태블릿 등에 들어가는 AP를 생산하는 업체다. 보통 퀄컴 AP는 스냅드래곤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되는데, Ai 핀에도 스냅드래곤 칩이 들어간다고 한다. 아쉽지만 Ai 핀에 어떤 스냅드래곤이 들어갈지는 알 수 없다. 휴메인도 거기까진 밝히지 않았다.
Ai 핀은 인공지능 기능에 특화된 모바일 기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휴메인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업체인데, 그중에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껴있어서다. 정확히 얘기하면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이 휴메인에 적극 투자 중입니다.

단순히 샘 알트먼의 투자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앞서 휴메인 측은 오픈AI와 협업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휴메인 기기에 통합하겠다고 공언했다. 오픈AI의 인공지능 기술을 자사 장치에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아마 챗GPT와 같은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오픈AI 말고도 마이크로소프트(MS), 볼보, LG전자, SK네트웍스와 같은 기업이 휴메인에 관심을 두고 있다. 휴메인은 이들 업체와 협력에 나설 예정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그 시작이 Ai 핀이 될듯하다. 휴메인 Ai 핀, 어디서나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폼팩터가 될 수 있을까. 출시 이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