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일(현지시간) 모토로라가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Razr+)’를 발표했다. 삼성 갤럭시 Z 플립 시리즈처럼 위아래로 접는 클램쉘 방식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다른 제조사가 선보인 비슷한 폴더블 스마트폰보다 높은 성능에 외부 화면은 전작보다 커졌다.
모토로라는 레이저+를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모두 우수한 성능을 체감하게끔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폰의 외부 디스플레이는 보통 내부보다 낮은 사양으로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부 화면에서는 간단한 정보 정도만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사용할 때는 스마트폰을 펼치라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레이저+의 외부 화면은 전작보다 커졌고 사양도 좋아졌다. 크기는 3.6인치로 표면을 대부분 덮을 정도다. 해상도는 1066×1056으로 풀 HD(Full HD)에 근접했다. 주사율은 144Hz로 고사양 스마트폰과 견줄 만하다. 전작 레이저 5G의 외부 화면이 2.7인치 800×600 해상도, 60Hz 주사율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다.

외부 화면으로 할 수 있는 작업도 늘었다. 날씨와 시간, 알림 정보를 보여주는 건 기본이고 아이콘을 최대 6개까지 배치해 다양한 기능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기에 설치된 앱 목록을 확인하고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고화질 영상 표준 기술 HDR10+를 지원해 외부 화면으로도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을 펼치지 않고도 웬만한 작업에서 불편함이 잘 느껴지지 않도록 개선했다는 느낌이다.
사양만 보면 모토로라가 작정하고 고사양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었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실제로 레이저+를 사용해 본 외신은 뜻밖에도 ‘과유불급’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IT 소식과 리뷰를 게재하는 해외 매체 톰스가이드(Tom`s Guide)는 레이저+ 커버 디스플레이가 정말 실용적이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매체는 외부 화면이 유용하고 다재다능하지만 여전히 내부 화면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정사각형 화면비에 최적화되지 않은 앱도 레이저+의 외부 화면에서 잘 실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체는 외부 화면으로 문자나 메일, SNS를 확인하는 게 내부 화면을 사용할 때에 비해 장점이 없다고 전했다. 내부 화면이 세로로 길어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으며, 더 높은 주사율(165Hz)로 부드러운 화면 전환을 체감할 수 있는 점이 반영된 의견으로 보인다. 외부 화면으로는 서드파티 키보드 앱을 사용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주 사용 목적을 고려하면 디스플레이 사양도 지나치게 높다는 평이다. 화면 크기에 비해 해상도가 높고 HDR10+ 기술까지 지원하니 마치 외부 화면으로 OTT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콘텐츠를 보기 좋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정사각형 화면비가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처럼 세로로 긴 콘텐츠를 재생하면 화면비를 유지하기 위해 영상이 더욱 작아지고 좌우로 검은색 레터박스가 생겨 보기 불편해진다.
톰스가이드는 외부 화면에 왜 굳이 HDR10+나 144Hz 초고주사율 같은 사양을 적용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양 표를 볼 땐 인상적이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매체는 외부 화면에 ‘프리미엄 기능’을 탑재한 것은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90Hz 주사율로도 충분했을 텐데 144Hz는 ‘과잉 사양’이라고 평가했다. 모서리에 위치한 카메라 2개가 화면을 가려 자칫 중요한 정보가 안 보일 수 있다는 점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기기 사양은 호평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8+ Gen1 칩셋과 8GB LPDDR5 램을 탑재해 준수한 성능을 보이며, 속도가 빠른 UFS 3.1 규격 내장 메모리를 탑재했다. 전후면 디스플레이에 모두 내구성이 높은 고릴라글래스 빅터스를 사용해 파손에 취약하다는 폴더블폰의 약점을 보완했다.
출시 가격은 999달러로 고사양 폴더블 스마트폰 중에서는 저렴한 편이다. 전작인 레이저 5G나 삼성 갤럭시 Z 플립 4보다도 낮게 책정됐다. 하지만 매체는 외부 화면 사양이 높지만 활용이 어려운 점을 지적하며, 외부 화면 사양을 실용적인 수준으로 낮추고 그만큼 가격도 인하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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