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의 가장 비싼 부품, 대체 뭐길래?

‘원 모어 띵(One more thing)’ 

애플은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연례개발자회의(WWDC) 2023에서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개했다. 2014년에 공개된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선보인 야심작으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새로운 공간 컴퓨팅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 중 이 제품의 가장 큰 흠이라면, 가격이 아닐까 싶다. 애플이 공개한 비전 프로 가격은 3,499달러, 한화로는 약 450만 원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게다가 해당 가격은 최소 가격으로, 구매 시 옵션 선택에 따라 추가 금액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14일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비전 프로 구매 의사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 약 2만 5천 명의 54%가 ‘너무 비싸서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알려진 바로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출원한 특허가 5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여러 기술을 적용하다 보니 개발 비용이 적지 않게 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들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다 보니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개발 비용을 뺀 단순 제조 원가는 얼마일까? IT 매체 폰아레나(Phonearena)는 지난 9일 원가표를 공개했다. 이 표는 중국 리서치 회사 웰센 XR(Wellsenn XR)이 제작한 것으로 팁스터 레베그너스(@Tech_Reve)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게재한 것이다. 

해당 정보에 의하면 제조원가는 약 1,509달러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소니의 ‘마이크로 올레드(micro OLED)’가 약 700달러로 제조 원가의 약 46%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마이크로 올레드를 쓰지 않았다면, 제조 원가를 더 낮아졌을테고, 출고가 또한 낮아졌을테다. 

왜 이렇게 비싼 디스플레이를 쓰는걸까? 소니의 마이크로 올레드는 비전 프로 안쪽에 쓰인다. 사용자 눈이 닿는 부분에 탑재된 2개의 디스플레이가 바로 이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한쪽 해상도가 1150만 화소로 4K보다 조금 더 높다. 

우표 크기 정도에 불과하지만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다른 디스플레이와 비교해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전 프로에 탑재된 소니 마이크로 올레드의 인치당 픽셀 수(PPI)는 약 30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갤럭시 S23 울트라의 PPI는 500, 아이폰 14 프로맥스의 PPI는 460인 것과 비교하면 픽셀 밀도가 높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일반 디스플레이 제작 방식과 조금 다르다. 일반 디스플레이는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 위에 올레드 소자를 입힌다. 그러나 마이크로 올레드는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 위에 올레드 소자를 증착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반도체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이 모두 합쳐진 형태다. 이러한 제작 기법 때문에 올레드 온 실리콘(OLED on Silicone), 줄여서 올레도스(OLEDoS)라고 부르기도 한다. 

애플 비전 프로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헤드셋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VR 헤드셋 기기는 렌즈를 통해 확대해서 디스플레이를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픽셀 밀도가 높지 않으면, 픽셀 격자가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헤드셋에서 완벽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최소 8K는 되어야 한다. 애플 비전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현 시점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적용한 패널이다. 타사의 VR 헤드셋과 비교해봐도 앞서 있다. 한마디로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초기 애플 비전 프로의 올레도는 소니가 납품한다. 이미 국내 기업도 마이크로 올레드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LG 디스플레이는 SK 하이닉스와 손잡고 마이크로 올레드를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해당 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올레드 소자를 실리콘 웨이퍼 위에 올리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 이매진(eMagin)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여러 외신에는 향후 애플 MR 헤드셋에 LG 디스플레이나 삼성전자의 올레도스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품당 2개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다보니 소니만으로는 공급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