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은 지난해 말, 첫 번째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를 출시했다. 픽셀 워치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점령한 스마트워치 시장에 큰 변화를 이끌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다. 하지만 픽셀 워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쟁사 대비 구형 프로세서를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픽셀 워치만의 특별한 점이 부족했다. 그저 무난한 스마트워치의 탄생이었다.
물론 구형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게 큰 문제는 아니다. 경쟁사 스마트워치도 대개 오래된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 5는 2021년에 개발된 엑시노스 W920을 탑재했다. 애플워치도 마찬가지다. 허나 픽셀 워치는 정도가 조금 심했다. 출시 연도 기준 4년 전에 출시된 엑시노스 9110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
픽셀 워치가 호평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더 있다. 픽셀 워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이 완벽하지 않다. 출시된 지 반년 이상 지났지만, 픽셀 워치는 아직까지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산소포화도 측정은 스마트워치의 기본 기능이나 다름없다. 스마트워치보다 저렴한 피트니스 밴드 중에서도 산소포화도를 지원하는 제품이 많다.

보통 스마트워치는 빛을 이용해, 각종 사용자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데, 이를 광혈류측정(PPG)라고 한다. 심박수의 경우 녹색 빛을 쏜 다음, 혈액에 맞고 반사된 빛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산소포화도 측정도 비슷하다. 혈액에 적외선이나 적색광을 쏴서, 반사된 빛으로 혈액 내 산소량을 추정한다.
픽셀 워치에 산소포화도 측정에 쓰이는 센서가 없는 건 아니다. 구글에 따르면 픽셀 워치는 분명 산소포화도 측정용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즉 구글은 픽셀 워치에 관련 센서를 넣어놓고,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중이란 말이다. 규제 당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는데 정확하진 않다. 픽셀 워치는 처음 출시될 때부터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이 막혀 있었다.
다행히 조만간 구글이 픽셀 워치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활성화할지도 모르겠다. 6월 11일(현지시간) 외신 톰스가이드(Tom’sGuide)는 몇몇 픽셀 워치에서 산소포화도 측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메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는 북미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처음 알려졌다. 사용자들은 건강 정보 측정 요약 메뉴에 산소포화도가 나타났으며, 터치 시 상세 정보를 보여주는 메뉴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원래 동일한 메뉴에 들어가면, ‘이 기능(산소포화도 측정)은 현재 장치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표기됐다. 레딧 사용자들이 공유한 이미지를 보면, 여타 스마트워치처럼 산소포화도 수치가 백분율로 정확히 표기돼 있다. 사용자는 “지난주까지 아무 데이터가 없었다”며 갑자기 산소포화도 데이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구글이 조만간 픽셀 워치에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체는 “픽셀 워치가 산소포화도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건, 해당 기능이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는 걸 시사한다”고 예상했다. 외신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도 “구글이 마침내 픽셀워치에 산소포화도 측정을 활성화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단 모든 픽셀 워치 사용자가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진 알 수 없다. 일각에선 구글이 몇몇 사용자에게만 기능을 먼저 제공했다고 본다. 구글은 새로운 기능 출시에 앞서 이런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불특정 소수 사용자에게 신기능을 먼저 제공한 다음, 사용성이나 반응을 지켜보는 것.

구글이 산소포화도 기능을 순차적으로 배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구글은 종종 새 기능을 지역에 따라 차례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추측에 불과하다. 확실한 건, 아직 구글이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공식 업데이트로 활성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달 초 배포한 최신 픽셀 워치 업데이트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픽셀 워치는 구글이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을 알린 기념비적인 기기다. 허나 현재 픽셀 워치는 경쟁 제품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픽셀 워치가 갤럭시 워치, 애플 워치 등 강력한 제품들과 경쟁하려면, 하루빨리 동일한 조건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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