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프)
이동 수단 스스로 주변을 인지하고 판단하며 달리는 기술을 자율주행이라고 한다. 과거 자율주행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첨단 미래 기술이었는데, 이제 그렇지 않다. 몇 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은 어렵지만, 몇몇 업체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조건부 자율주행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일반 도로에 적합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차량은 도로 위를 달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험난한 지역을 주행해야 하는 오프로드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업체가 있다. 바로 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명사인 미국 ‘지프(Jepp)’다.
최근 지프는 개발 중인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보여줬다.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실제 차량이 암석 지대를 주행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영상을 보면, 지프는 자사 그랜드체로키 4xe 두 대에 각각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참고로 해당 차량은 한화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이다.
(출처:지프)
결론부터 말하면 영상 속 두 차량은 지면이 고르지 못한 암석 지대를 스스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지프는 테스트 장소로 미국 유타주 모압(Moab)을 선택했다. 모압은 오프로드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으로, 지프를 상징하는 장소다.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가파른 절벽과 붉은 암석 지대가 펼쳐져 오프로드에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지프 차량 두 대는 모압의 붉은 흙길을 지나, 경사도가 큰 바위를 오른다. 흙길을 지날 때는 운전자가 탑승해 있다. 바윗길을 오를 때는 차량에 타지 않고 옆에서 태블릿을 통해 자율주행 상태를 주시하고 있다. 영상은 이게 전부다. 아마 티저 영상격으로 공개한 듯하다. 지프는 조만간 더 많은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영상은 짧지만,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차량 외부에 카메라가 달렸다는 것이다. 후미 차량은 카메라로 전방 차량을 인식한다. 바윗길을 오를 때 옆에 있는 운전자가 들고 있던 태블릿에도, 이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추측되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보통 카메라는 라이다, 레이더와 함께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데 쓰이는데, 자율주행차 주요 부품 중 하나다.
(출처:지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프가 맛보기로 공개한 이번 기술은 오프로드 전용이 아니다.
지프는 오프로드에서도 사용 가능한 범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적용 범위를 오프로드로 확장했다고 보면 된다. 실제 크리스티앙 무니에르(Christian Meunier) 지프 브랜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포장 도로 등 여러 주행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열렸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빨라졌다. 내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프는 이런 흐름 속에 조금 뒤처진 느낌이 있었다. 물론 자율주행을 탑재한 차량을 내놓긴 했지만, 크게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이를 감안하면 선제적인 기술 영상 공개는 꽤나 적극적인 행보로 보인다.
이밖에 최근 지프의 움직임을 보면, 예전과 다르다. 지프 브랜드를 소유한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어벤저(Avenger)를 공개한 바 있다. 스텔란티스는 업계 변화에 따라 앞으로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첨단 기술을 적극 접목하겠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오프로드 자율주행은 이런 와중에 공개됐다.
(출처:지프)
아직 자동차 자율주행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매년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한 수준이다. 오프로드 자율주행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 몇몇 업체가 오프로드 자율주행 개발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한 게 전부다. 지프가 제대로 된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면, 브랜드 역량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프는 오는 3분기 오프로드 자율주행 전체 영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늦어도 3개월 안에 지프가 개발 중인 초기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이다. 과연 지프가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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