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연례 개발자회의 2023 (출처: 애플)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최대 관심사는 AI라 할 수 있다. 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의하면, 지난 4월까지 메타, 알파벳, MS, 아마존 실적 발표에서 ‘AI’라는 단어는 총 168회나 등장했다. 5월에 있었던 구글 I/O 2023 연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결과만 보아도 여러 빅테크 기업이 AI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비교적 AI에 잠잠한 회사가 있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독립된 AI 모델을 구축하기 보다는, AI 기술을 서비스에 녹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애플이 생성AI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애플도 생성AI 모델로 눈을 돌리는 걸까?
그런데 ‘AI’ 언급은 없었다?
그런데, 6월 5일(현지시간)에 열린 애플 연례 세계 개발자회의(WWDC 2023)에서는 AI라는 단어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애플의 선택은 ‘머신 러닝’
흥미로운 건 AI라는 언급은 없었지만, ‘머신 러닝’이라는 단어는 사용했다는 점이다. 머신 러닝은 AI를 학습시킬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사실상 AI를 뜻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출처: Unsplash)
IT 매체 더버지는 머신 러닝이 관련 기술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AI는 IT 업계에서 기술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부정확한 용어로 취급되기도 한다.
머신 러닝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결국 생성 AI 모델을 선보인 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에도 머신 러닝을 활용해 여러 기능을 고도화했다.
머신 러닝 기반의 새로운 기능들
애플이 공개한 머신 러닝 기반의 새로운 기능은 다음과 같다. 아이폰에서 텍스트 입력 시 오타를 자동으로 수정해주는 기능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한층 정확도가 높아졌다. 애완동물 사진을 구분에 별도의 폴더로 정리해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사용자의 청취 환경이나 선호도에 따라 에어팟 프로가 자동으로 노이즈 캔슬링 모드를 종료하는 기능도 지원된다.
놀라운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전 프로 헤드셋에도 머신 러닝 학습을 적용했다. 대화용 3D 아바타를 만드는 기능은 고급 머신 러닝 기술이 쓰여졌단다.
이 외에도 애플워치의 새로운 스마트 스택, 라이브 사진의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용한 아이패드 잠금화면, 새로 출시될 저널 앱의 프롬프트 모두 머신 러닝을 통해 구현된 기능이다.
주요 외신에서는 애플이 AI 모델이나 기술을 직접적으로 논하지 않았지만,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 MS, 오픈AI와 같은 기업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적용해 자체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클라우드 기반의 AI 모델이라고 하는데,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애플은 더 적은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전략을 택하고 있다.
(출처: 서울경제신문)
애플이 뒤쳐지는 건 아닐까
이러다 보니 애플이 AI 분야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더버지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과 같은 하드웨어와 이를 둘러싼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기업이다. 반면 구글이나 MS는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다르다. 애플은 하드웨어에 쓰이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끌어올리는 방향이다 보니 AI의 활용이 구글이나 MS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버지의 설명이다.
아쉬운 ‘시리’
다만 ‘시리(Siri)’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시리는 애플의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로 현재 자연어 처리에 있어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오늘날 출시되고 있는 AI 챗봇들에 비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이에 따라 주요 외신에서는 애플이 생성AI를 시리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출처: Unsplash)
그러나 이번 WWDC에서 시리 개선 사항은 미비했다. 시리 음성 호출 멘트가 ‘시리야(Hey, Siri)’에서 ‘시리(Siri)’로 변경됐을 뿐이다. 블룸버그통신의 마크 거먼(Mark Gurman)은 작년 11월 시리 호출 멘트 변경을 예측한 바 있다. 그는 호출 멘트 변경이 매우 간단한 것처럼 보여도 상당한 머신 러닝 학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단어에서 한 단어로 줄어든 만큼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용자가 시리의 업데이트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애플이 모를 리는 없다. 다만 애플이 시리에 생성AI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더버지는 시리가 더 이상 애플의 우선 순위 과제가 아닌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하영,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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