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테슬라 행사 캡쳐)
지난해 10월 말, 테슬라는 회사의 연례행사인 ‘테슬라 AI 데이’를 열고 휴머노이드 ‘테슬라봇’을 공개했어요. 앞서 테슬라는 지난 2021년 테슬라봇 개발 사실을 밝히고, 대략적인 로봇의 사양을 공개했어요. 키 177cm, 무게 57kg. 웬만한 성인 남성 크기의 로봇이었죠. 그리고 개발 사실을 밝힌 지 1년 만에 테슬라봇의 실물이 공개된 겁니다.
행사에서 테슬라봇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와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어요. 당시 테슬라 엔지니어는 “로봇이 안전 케이블이나 전기 공급선 없이 걷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죠. 회사는 테슬라봇의 프로토타입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영상 속 로봇은 상자를 들기도 하고, 꽃에 물을 주기도 했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봇이 인간 수준의 손을 가졌다며 자신 있게 말했어요. 또 시속 8km로 움직일 수 있고, 최대 20kg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망스럽다는 반응 많았던 테슬라봇의 첫 출발…머스크 “인정해!”
(출처: 테슬라 행사 캡쳐)
그런데, 실물이 공개된 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비틀거리면서 걷는 모습과 넘어질 것을 대비해 안전 케이블을 등에 단 모습까지. 아직은 혼자 온전히 작업을 수행하기엔 벅차 보였죠. 특히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Dynamics)의 ‘아틀라스’와 비교해 움직임이 느리고 부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테슬라 역시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는데요. 머스크는 “옵티머스(테슬라봇)를 개선하고 증명하기 위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어요. 다만, 본격적으로 테슬라봇 개발에 착수한 지 고작 8개월에 불과하기에, 시간이 흐르면 얼마든지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느리긴 느린데…확실히 다른데?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테슬라봇
(출처: 테슬라 유튜브)
실망스러운 평가를 뒤로하고 테슬라는 최근 생산 준비가 된 테슬라봇을 공개했는데요. 지난 5월 17일(현지 시간), 테슬라는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테슬라봇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영상 속 테슬라봇은 비틀거림 없이 천천히 걸었는데요.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첫 공개 당시와 달리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걷는다”고 평가했어요. 눈에 띄는 건 지난해 영상과 다르게 안전 케이블이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이전과 다르게 넘어질 걱정 없이 혼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거죠.
게다가 이제 테슬라봇은 손으로 물건을 집거나 물체를 인식하는 다소 복잡한 작업도 해냈어요. 테슬라봇은 책상 위에 있던 물건을 집어 두 개의 다른 박스에 분류해서 넣기도 하고, 환경을 인식해 기억하는 것도 가능했어요. 새로워진 테슬라봇은 모터 토크 제어와 주변 환경 인식과 암기, 사람의 동작을 추적하는 인공지능(AI) 훈련, 물체 조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그레이드됐다고 해요.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 시작됐나…보스턴 다이내믹스도 프로젝트 확대
(출처: 테슬라 행사 캡쳐)
테슬라봇과 같은 인간형 로봇은 건설 현장, 재난 현장 등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인간을 대체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는데요. 테슬라도 이에 거는 기대가 커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봇에 대해 “궁극적으로 테슬라의 미래는 전기차가 아닌 로봇에서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주주총회에서 공개된 테슬라봇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과연 테슬라는 처음 휴머노이드를 공개할 당시의 비판을 딛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또 새로운 테슬라봇을 통해 로봇 기술에서도 선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출처: 보스턴 다이내믹스)
한편, 지난 22일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업그레이드된 테슬라봇 때문에 인간형 로봇 기술 선두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 모양입니다. 로버트 플레이터(Robert Playter) 보스턴 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봇으로 인해 사내 경쟁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는데요. 이에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자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층 발전한 테슬라봇의 등장은 인간형 로봇 기술 경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휴머노이드 기술 시장은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되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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