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플레이 없는 세계 최초의 증강 현실(AR) 노트북이 모습을 드러냈다. 5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컴퓨터 제조기업인 사이트풀(Sightful)이 발표한 ‘스페이스 탑(Spacetop)’이다.
스페이스 탑은 다른 노트북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띤다. 사용자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굳이 노트북을 열고 화면을 켜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 안경을 노트북과 연결하면 눈 앞에 떠있는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작업을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지 않은 스페이스 탑은 단순한 하드웨어 덱과 풀사이즈 키보드로 구성됐다. 스페이스 탑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 프로세서, 아드레노(Adreno) 650 그래픽처리장치(GPU), 8GB 램(RAM), 256GB 스토리지를 갖췄다.
해당 노트북은 사이트풀의 주요 제휴업체인 대만 위스트론(Wistron)이 제조한다. 신생 기업인 위스트론은 강력한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제품 개발에 대한 깊은 경험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선도 기술 서비스 제공업체다.

여기에 가상 스크린 화면을 보기 위한 엔리얼(Nreal) AR 글래스가 추가 제공된다. 엔리얼 AR 글래스는 1080p 해상도를 제공하며,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욱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다. AR 글래스는 짧은 케이블로 스페이스 탑 노트북에 연결해서 사용하면 된다.
스페이스탑은 일반적인 13인치, 14인치 노트북으로 보는 화면과 달리 100인치 크기의 대형 가상 스크린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작업하는 가상 스크린과 함께 주변 환경도 오버레이 된다. 사용자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더라도 작업 중인 주변 구성품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보이는 스크린은 사용자 외에 볼 수 없다.
사용자는 집, 카페, 장거리 비행 중인 비행기 내부처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중 모니터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 개인 필요에 알맞게 작업 공간을 설정하면 된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TheVerge)는 AR 글래스 착용에 따라 사용자에게 비춰지는 화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추적하는 AR 글래스의 카메라로 사용자가 머리를 움직이면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다. 머리를 뒤로 움직이면 윈도우(Windows) 바탕 화면이 축소되는 것처럼 더욱 작은 항목으로 표시되며, 많은 수의 탭과 앱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지금까지 AR 기술이 비즈니스나 소비자의 작업 절차를 돕는 것처럼 일반적인 분야에 녹아들기란 쉽지 않았다. AR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제조, 기술 거래, 과학과 군사 분야에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사이트풀의 스페이스 탑은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사이트풀의 스페이스 탑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매직 리프(Magic Leap)의 전문가들이 60명 이상 모여 3년 동안 개발했다. 해당 노트북은 스페이스탑OS(SpacetopOS)라는 맞춤형 운영체제에서 줌(Zoom), 구글 워크스페이스(Workspace), 디자인 소프트웨어 앱인 피그마(Figma)와 같은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 실행을 지원한다.
타미르 버리너(Tamir Berliner) 사이트풀 최고 경영자(CEO)는 “증강현실은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가득 차있으나 아직 일상적인 사용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사이트풀이 AR 기술을 처음 일상적인 분야로 적극 활용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사이트풀의 스페이스 탑이 전문가나 게이머들을 위한 노트북이라고 볼 순 없다. 타미르 버리너는 하드코어의 게임 장비나 비디오 편집에 전문적인 기기를 찾고자 한다면 다음 기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해당 노트북에 투자한 기업 중 하나인 코너 벤처스(Corner Ventures)의 마빈 티엔(Marvin Tien)은 “스페이스 탑은 마법처럼 그려지는 우리 주변 세계의 정보들을 유용성과 다양성으로 결합시킨 노트북이며, 현실과 증강 현실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표현했다.
사이트풀의 스페이스 탑은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프로그램 신청으로 선정된 단 1000명의 얼리 어답터들만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은 2000달러(약 266만 4000원)로 배송은 7월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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