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BALMUDA)
일본 가전 업체 발뮤다(BALMUDA)는 지난 2021년 자사 첫 스마트폰 ‘발뮤다폰’을 선보였다. 발뮤다폰은 출시 전후 큰 관심을 받았다. 자국산 스마트폰이 부족한 일본에서 현지 기업 세 곳이 힘을 합쳐 내놓은 신제품이었기 때문. 발뮤다폰은 발뮤다, 교세라, 소프트뱅크의 공동작품이다. 일본 내에서 발뮤다폰에 거는 기대는 컸다.
발뮤다폰을 향한 우려도 적진 않았다. 발뮤다는 업계를 선두하는 기술력을 제시하는 기업은 아니다. 주로 생산하는 제품만 봐도 그렇다. 토스트, 전기주전자, 전기밥솥 등 주방가전과 선풍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제품은 만드는 기업이다.이런 제품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발뮤다 제품이 비싼건 감성적 디자인과 독특한 기능 덕분이다.
과연 발뮤다폰은 기대에 부흥했을까. 아니면 우려대로 성공하지 못했을까. 발뮤다가 직접 답을 내렸다. 5월 15일(현지시간) 외신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 재팬은 발뮤다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뮤다는 2022년 실적 발표에서 “현재 사업 환경을 종합 검토한 결과, 휴대전화 사업을 종료하고 다른 사업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출처:BALMUDA)
발뮤다 공지를 보면, 회사는 발뮤다폰 다음 제품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뮤다는 “발뮤다폰에 이어 단말기 개발을 이어왔지만, 사업의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뮤다는 현재 남은 발뮤다폰과 액세서리 재고까지 판매할 방침이다. 이미 발뮤다폰을 구매한 사용자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제공한다.
이번 결정에 따라 발뮤다는 1년 반만에 스마트폰 사업을 접게 됐다. 발뮤다가 이처럼 빨리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이유는 뭘까. 발뮤다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IT미디어뉴스에 따르면 발뮤다폰은 출시 첫해 28억4700만엔(28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듬해 실적은 8억6800만엔(86억원·69.4%↓)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와 달리 주방가전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한 108억3700만엔(1064억9300만원)에 달했다. 선풍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제품 매출도 전년 대비 13.4% 늘어난 37억9800엔(363억6700만원)을 기록했다. 다른 사업군과 비교하면 발뮤다폰 실적은 초라하다. 즉 발뮤다는 수익성을 고려해 스마트폰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출처:BALMUDA)
발뮤다폰이 실패한 이유는 뭘까. 먼저 발뮤다폰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 사양은 보급형 수준인데, 가격은 그 어떤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비쌌다. 발뮤다폰은 퀄컴 스냅드래곤 765를 탑재했다. 스마트폰의 핵심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부터 비슷한 가격대 제품에 미치지 못했던 것. 메모리 용량은 6GB, 저장 용량은 128GB에 불과했다.
여타 사양도 주요 플래그십 제품에 비하면 형편없다. 전면 디스플레이는 4.9인치 FHD 해상도며, 전면 800만 화소 카메라, 후면 4800만 화소 단일 카메라를 탑재했다. 방수·방진 등급은 IP44로, 떨어지는 물방울만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방진 기능은 없다고 보는 편이 좋다. 방진 4 등급 방진은 직경 1.0mm 전선을 막는 정도다.
스마트폰은 각 제조사 생태계의 핵심축이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발뮤다는 애플, 삼성전자 수준의 생태계를 조성할 시간이 없었다. IT 기기 자체로 매력이 떨어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재팬은 “발뮤다폰은 IT 제품으로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며 “높은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출발했다”고 평가했다.
(출처:BALMUDA)
만약 발뮤다폰이 보급기였으면, 이정도 사양으로 충분하다. 허나 발뮤다폰 출고가는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발뮤다폰 출시 가격은 플래그십 기본 모델 수준인 10만4800엔(102만원)에 달했다. 당시 일본 내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 13 기본 모델 출시 가격이 9만8800엔(97만원)이었다. 스마트폰은 IT 기술의 집약체다. ‘함량 미달’ 발뮤다폰이 설 자리는 없었다.
발뮤다도 실패를 인정했다. 테라오 겐 발뮤다 대표는 “특히 높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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