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의 마리실리콘X (출처: 오포)
오포(Oppo)의 자체 칩 ‘마리실리콘(MariSilicon)’은 여러 기기에 탑재되면서 오포의 핵심 반도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오포의 자체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제쿠(Zeku)가 경제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운영이 종료되면서 ‘마리실리콘’도 더 이상 개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오포는 세계 경제와 스마트폰 산업의 불확실성으로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제쿠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2019년 처음 설립된 제쿠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 모뎀,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 무선주파수칩(RF) 등 오포의 핵심 사업을 이어왔다. 오포도 자체 칩 제작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IT 전문 매체 기즈차이나(GizChina)에 따르면 제쿠에 오포가 투자한 금액은 최소 14억 달러다.
오포의 자체 칩 ‘마리실리콘’은 파인드(Find)와 레노(Reno) 라인 등 다양한 오포 기기에 장착되며 그 입지를 다져왔다.
마리실리콘X가 탑재된 오포 파인드 X5 (출처: 오포)
2021년 12월 오포 이노데이(Inno Day)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마리실리콘X’는 대만 TSMC 6nm(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된 이미지 신경망처리장치(NPU)다. 이미지신호프로세서 기능으로 생생하게 이미지를 유지해준다. 노이즈 감소처리 기능에 탁월한 하이브리드 인공지능(AI)으로 저조도의 사진과 영상을 더욱 잘 볼 수 있도록 기능했다. ‘마리실리콘X’는 2022년 오포 파인드 X5 시리즈에 최초 장착됐다. 그 뿐만 아니라 ‘마리실리콘X’는 파인드 X6 프로(Pro) 내부에서 1인치형 소니(Sony)의 IMX989 카메라에서 찍은 사진을 처리하기도 했다.
지난해인 2022년 12월 이노데이에서는 맞춤형 오디오 블루투스 시스템 칩인 ‘마리실리콘Y’도 출시된 바 있다. ‘마리실리콘Y’는 12Mbps의 블루투스 대역폭을 지원하고, 오포의 독점 오디오 코덱인 URLC(Ultra Resolution Lossless Codec)로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해 더욱 뛰어난 음질과 개인화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해준다.
오포 마리실리콘Y (출처: 오포)
오포의 자체 칩 개발은 나름 순항하는듯 했다. 한때는 오포가 구글의 텐서(Tensor)칩과 유사한 스마트폰용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한다는 소문이 있기도 했다. 2021년 10월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텐서칩과 유사할 것으로 보이는 오포의 자체 칩은 TSMC 3nm 공정을 활용할 것이며 빠르면 올해와 내년 스마트폰에 장착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포도 전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체 12% 축소됐다.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 제조사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오포의 스마트폰 출하량도 전년동기대비 22% 감소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제쿠의 일부 직원은 단 몇시간 전에 사업부 전면 폐쇄 통지를 받았다. IT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에 따르면 제쿠의 한 직원은 노트북을 가지러 사무실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폐쇄였다.
오포 마리실리콘X (출처: 오포)
일각에서는 오포의 ‘마리실리콘’ 자체 칩 중단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인도 IT 전문 매체 비봄(Beebom)은 오포의 자체 칩인 ‘마리실리콘’의 개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개발을 중단할 타당한 사유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오포의 ‘마리실리콘X’는 스웨덴 카메라 기업인 핫셀블라드(Hasselblad)와 함께 작업을 거쳐 저조도에 더욱 뛰어난 화질 개선과 훌륭한 4K 영상 화질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포는 이미 ‘마리실리콘’ 칩이 장착된 기기는 폐쇄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 향후 출시될 오포의 기기들이 어떤 제조사의 칩셋에 의존할지 전망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IT 전문 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AndroidPolice)는 앞으로 오포가 미디어텍(MediaTek)과 퀄컴(Qualcomm)의 프로세서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비록 전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오포의 자체 칩 개발은 갑작스럽게 중단됐으나 현재 구글, 비보(Vivo), 샤오미(Xiaomi) 등 다양한 제조사들이 기업 차별화를 위해 자체 칩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최현정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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