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oogle)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 주소창 앞에는 ‘자물쇠’ 모양 아이콘이 있다. 이 아이콘을 누르면 별도 창이 열리면서, ‘이 연결은 안전합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항상 같은 자리에 자물쇠 아이콘이 있는 건 아니다. 종종 자물쇠 대신 경고를 뜻하는 다른 모습의 아이콘이 위치하기도 한다. 자물쇠 아이콘의 정체는 뭘까.
자물쇠 아이콘은 현재 접속한 웹페이지가 ‘HTTPS’ 규약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HTTPS를 이해하려면, 먼저 하이퍼텍스트(HyperText)를 알아야 한다. 하이퍼텍스트란 쉽게 말해 서로 다른 웹페이지를 연결해주는 기술이다. 하이퍼텍스트가 있기에 웹페이지 안에서 다른 웹페이지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모든 기술엔 정해진 사용 규칙이 있다. 하이퍼텍스트도 그렇다. 인터넷 주소 앞에 ‘HTTP’라는 영문 철자를 본 적 있을 것이다. HTTP는 ‘Hypertext Transfer Protocol’의 약자로, 하이퍼텍스트 사용 규약이다. HTTP는 오래된 규약으로, 보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보안을 강화한 HTTPS가 등장했다. HTTPS 뒤의 철자 ‘S’는 보안(Secure)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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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크롬 웹 브라우저의 자물쇠 아이콘은 사용자가 안전한 웹페이지에 접속 중이라는 걸 나타낸다. 그러나 이는 옛말이다. 분명 2010년 초반까지는 HTTPS를 사용하는 웹 페이지가 적었다. 구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웹페이지의 14%만 HTTPS였다. 지금은 어떨까. 웹 페이지의 95%가 HTTPS를 사용하고 있다.
구글은 이점에 주목한다. HTTP와 HTTPS 웹페이지를 구분할 필요가 없으니, 자물쇠 아이콘을 유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5월 4일(현지시간) 외신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하반기부터 크롬 웹브라우저 주소창의 자물쇠 아이콘을 없애기로 했다. 자물쇠 아이콘이 있던 자리에는 ‘설정’을 뜻하는 아이콘이 대신 위치한다.
구글은 “자물쇠 아이콘은 제3자가 네트워크 연결을 변조하거나 도청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지만, HTTPS가 흔하지 않던 시대의 잔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보안 연결을 뜻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HTTPS가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기에 크롬도 이에 발맞춰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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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구글은 자물쇠 아이콘의 뜻을 교정하기 위해 노력했다.자물쇠 아이콘이 보이면 모든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데, 구글은 “피싱 웹페이지 역시 HTTPS를 사용해 자물쇠 아이콘이 표시된다”며 “많은 수사 기관에서 이 아이콘은 웹페이지의 안전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글은 지난 2016년 한 차례 자물쇠 아이콘 모양을 변경했지만, 사용자 인식은 그대로였다. 2021년 구글의 자체 조사 결과, 사용자의 11%만 자물쇠 아이콘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었다. 대다수 사용자는 자물쇠 아이콘이 보이면 안심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 아이콘이 없는 곳에선 쇼핑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용자도 있었다.
구글은 자물쇠 아이콘 자리에 들어설 새로운 아이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걸까. 구글에 따르면 새 아이콘은 웹페이지 신뢰성을 의미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대신 ▲사용자 눈에 더 잘 띄어,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디자인 ▲설정이나 기타 조작 행위가 떠오르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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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콘은 세 기준을 잘 반영한 듯하다. 원형에 연한 파란색이 바탕색이며, 그 안에 사운드 컨트롤러와 비슷한 모양의 아이콘이 들어있다. 누가 봐도 웹 브라우저 설정이나 조작을 떠올릴 만한 디자인이다. 구글에 따르면 새 아이콘은 오는 9월 크롬 117 버전 업데이트 이후 PC, 모바일 버전에 동시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크롬을 따라 다른 웹 브라우저도 비슷한 업데이트를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양한 웹 브라우저가 크롬의 뿌리인 크로미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 웨일, 오페라, 삼성 인터넷이 크로미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크롬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크롬은 전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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