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Bloc / wccfTech)
오픈월드(OpenWorld)라는 게임 장르가 있다. 오픈월드 게임은 높은 자유도가 특징이다. 자유도란 비선형적 전개, 그러니까 게이머가 게임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행위를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보통 상호작용 등 게임 안에서 가능한 행위나, 게이머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으면 자유도가 높다고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 오픈월드 게임 중에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타이틀이 많다. 게이머는 그 안에서 거대한 대륙을 탐험하거나, 수많은 NPC와 만나 소통할 수 있다. 전개 방식도 자유롭다. 주요 스토리는 정해져 있지만,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부가 퀘스트처럼 어떤 일을 먼저 처리할지는 온전히 게이머의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오픈월드 게임도 따지고 보면 짜여진 각본에 불과하다. 오픈월드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나 대화, 진행은 누군가 정해놓은 것들이다. 또 아무리 높은 자유도를 지닌 게임이라 하더라도, 현실처럼 모든 걸 게이머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객관식 문제를 풀 듯, 게이머가 할 수 있는 건 제한된 선택뿐이다.
(출처:Bethesda)
최근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챗GPT와 같은 텍스트 기반 인공지능(AI)이 주목받고 있다. 생성 인공지능이란, 사용자가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대답을 내놓는 인공지능이다. 텍스트 기반 생성 인공지능은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사람이 작성한 것 같은 텍스트를 만들며,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다.
5월 1일(현지시간) 외신 IGN은 유명 오픈월드 게임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에 적용 가능한 챗GPT NPC 모드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모드란 본 게임에 접목할 수 있는 서드파티 데이터다. 단순 3D 모델링 교체부터 기능 추가·개선까지 다양한 모드가 존재한다. 엘더스크롤은 여러 오픈월드 게임 중에서도 모드가 가장 활성화된 게임으로 꼽힌다.
보통 모드는 ‘모더’라고 불리는 제작자가 개발한다. 모더는 게이머일 수도, 현직 게임 개발자일 수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모드 역시 아트프롬더머신(Art from the Machine)이라는 모더가 개발했다. 챗GPT 모드는 게이머와 NPC가 음성으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모더에 따르면 이를 위해 챗GPT와 ‘텍스트↔음성’ 변환 기술이 쓰였다.
(출처:ArtfromtheMachine)
모더가 공개한 시연 데모 영상을 보면, 꽤 흥미롭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현재 시간을 묻자, NPC가 그에 대한 대답을 음성으로 내뱉는다. 마치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느낌이다. 원래 이 게임에서 NPC와 대화는 몇 가지 주어진 지문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면 NPC에 정해진 대답을 내놓는다.
또다른 모더 블록(Bloc)은 인월드AI(Inworld AI)를 이용해 만든 비슷한 모드를 공개했다. 인월드AI는 GPT-4 언어 모델을 활용해, 사람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 캐릭터를 만드는 도구다. 참고로 GPT-4 모델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서 내놓은 최신 언어 모델이다. 챗GPT도 GPT-4를 사용한다. 이 모드는 텍스트나 음성으로 NPC와 의사소통 가능하다.
물론 아직 두 모드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NPC와 대화를 할 수 있지만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진 못한다. 또 종종 어색한 대답을 내놓는다거나, 반응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평가는 좋은 편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NPC와 자연스럽게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은 없다.
(출처:Ubisoft)
요즘엔 게임 개발사들도 생성 인공지능을 접목한 도구에 주목한다. 예컨대 앞서 유비소프트는 NPC와 대화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라는 도구를 발표했다. 앞서 언급한 두 모드와 비슷한 개념인 셈. 로블록스는 텍스트만으로 원하는 3D 모델링을 만들어주는 인공지능 도구를 공개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상 캐릭터를 주목한다. 지난달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와 구글 연구진은 챗GPT를 이용해 만든 25개 봇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그 안에서 인공지능 봇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지내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 봇은 서로 의사소통하며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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