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연속성’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워치 등 각기 다른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일관된 경험으로 귀결된다. 마치 하나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통해 애플은 자사 생태계 사용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 In)’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사용자들이 통일된 경험을 누리려면 또 다른 애플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유독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충전 단자’다. 애플 하드웨어는 라이트닝 단자, USB C 타입 단자를 사용하는 기기로 나뉜다. 예컨대 아이폰, 에어팟은 라이트닝 단자를 탑재한 반면, 아이패드와 맥북은 USB C 타입이다. 여기에 맥세이프와 같은 독특한 충전 방식도 있는데, 맥북에 적용된 것과 아이폰 방식이 또 다르다.
파편화된 충전 단자는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한다. 여러 종류 케이블을 휴대해야 해서다. 위안이라면 아이폰 15 시리즈부터 USB C 단자를 탑재한다는 것이다. 애플의 자발적 변화는 아니다. 유럽연합(EU)에서 전자제품 충전 단자를 USB C 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이 마련되면서 단행된 조치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나올 애플 제품도 USB C 단자를 탑재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애플 제품은 ‘혼합현실(MR) 헤드셋’이다. 애플 MR 헤드셋은 어떤 충전 단자를 사용할까. 4월 23일(현지시간) 외신 블룸버그(Bloomberg) 통신 애플 전문 기자 마크 거먼(Mark Gurman)은 애플 MR헤드셋이 총 두 개의 충전 단자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하나는 데이터 전송용 USB C 타입 단자고, 나머지는 특별한 충전용 단자라고 한다.
마크 거먼에 따르면 충전용 단자는 꽤 독특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먼은 “헤드셋에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USB C 단자와 새로운 전용 충전 단자 두 가지가 있다”며 “헤드셋에 연결되는 충전 케이블은 자석으로 삽입하는 둥근 부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 중에 빠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시계 방향으로 돌려 고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애플 MR헤드셋은 ‘자석’을 이용하며, 동그란 형태를 지닌 전용 단자를 사용한다는 얘기다. 또 자석만으로 부착하면 케이블이 분리될 수 있기에, 잠금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 아직 제품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긴 어렵다. 허나 자석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맥세이프와 비슷한 사용 환경을 보여줄 듯하다.
맥세이프는 자석을 이용한 독특한 충전 방식이다. 자성으로 충전 케이블과 기기를 연결한다. 그래서 탈착이 편리하며, 선에 발이 걸리더라도 기기와 충전 케이블이 동시에 떨어질 위험이 적다. 맥세이프는 맥북과 아이폰에 적용됐는데, 두 기기에 쓰인 방식은 조금 다르다. 맥북은 충전 케이블과 단자를 자성으로 연결하는 것이고, 아이폰 맥세이프는 무선 충전기와 기기를 정렬하는 용도다.
마크 거먼의 말대로라면 MR 헤드셋 충전 방식은 맥북 맥세이프와 가까워 보인다. 물론 아직 MR헤드셋 충전 방식이 맥세이프라는 확증은 없다. 자석을 이용한다는 것 외 추가 단서가 없어서다. 관건은 애플의 발표다. 애플이 MR 헤드셋 충전 방식에 맥세이프라는 명칭을 붙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거먼에 의하면 애플은 MR 헤드셋용 외부 배터리팩 액세서리를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MR 헤드셋 배터리팩은 아이폰과 비슷한 크기지만, 더 두껍다고 한다. 크기가 작아 주머니에 넣고 사용할 수 있다는데, 기존 아이폰용 ‘맥세이프 보조 배터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거먼은 “애플은 무게를 줄이고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형태를 택했다”고 말했다.
MR 헤드셋용 배터리팩 충전 단자는 USB C 타입이다. 즉 배터리팩에 연결해야 하는 방향, 그러니까 MR 헤드셋 충전 케이블 반대편은 USB C 타입일 수 있다는 말이다. 배터리팩 사용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MR 헤드셋이 MR 칩과 듀얼 4K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기에, 길어봐야 2시간 정도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이 추가 배터리팩을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애플은 오는 6월 열리는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행사에서 MR 헤드셋을 공개할 것으로 점쳐진다. 애플 MR 헤드셋은 3000달러(398만원) 이상 고가 제품이며, 전용 운영체제(OS)를 탑재한다고 알려졌다. 애플 기기답게 앱스토어를 지원하는 등 연속 사용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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