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테크크런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공정한 공론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약속 아래 플랫폼을 인수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표현의 자유 절대론자’로 칭하며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공정한 트위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그는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정지를 반대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11월,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트럼프 계정 복원에 대한 투표를 올렸어요. 투표 결과 찬성표가 더 많아 보이자, 하루 만에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복원해버립니다.
반면 지난해 12월, 머스크는 자신을 비판한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아무런 설명 없이 무단으로 정지시켜 논란을 일으켰어요. 계정을 정지당한 기자 중에는 CNN,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의 기자가 포함됐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던 머스크가 정작 자신과 성향이 맞지 않은 언론사의 입은 막아버린 겁니다.
머스크의 ‘내로남불’ 경영으로 시작된 갈등…이번엔 공영방송사?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정부 자금 지원 미디어’라고 표시돼 있다. (출처: NPR 트위터 캡쳐)
갈등은 언론사로만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트위터는 최근 공영 방송사와 잡음을 빚고 있는데요. 지난 4월 12일(현지 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은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들이 트위터 이용을 중단한 것은 NPR과 트위터의 갈등 때문인데요.
양측의 갈등은 지난 5일, 트위터가 ‘정부 연계 미디어(State-affiliated media)’라는 라벨을 붙이면서 시작됩니다. 이는 트위터가 러시아 타스 통신, 중국 인민일보 등 정부 선전 매체들에 붙인 것과 똑같은 라벨이었어요. 이에 NPR이 강력히 항의하자, 트위터는 ‘정부 자금 지원 미디어(government-funded media)’로 라벨을 교체했습니다.
(출처: AP 통신)
그러나, NPR은 편집 자율권을 가진 비영리 조직으로서 정부와 연관 짓는 라벨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어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NPR이 정부로부터 받는 자금은 전체 예산의 1%도 안 된다고 해요.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많은 조직이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만 모두 정부 소속인 건 아니라며, 트위터 라벨 표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멈추지 않는 트위터의 폭주…공영방송사를 향한 꼬리표, 어디까지 갈까
(출처: PBS 트위터 캡쳐)
트위터의 폭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이어서 미국 공영 방송 PBS에도 정부 자금 지원 미디어 라벨을 붙였는데요. 이에 PBS는 즉각 반발하며 트위터 이용 중단을 선언했어요. 지난 17일에는 캐나다의 공영 방송 CBC도 트위터의 타깃이 됐습니다. CBC는 공공 자금을 지원받지만, 캐나다 방송법에 의해 편집권을 독립적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어요. 결국 CBC도 트위터 이용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매체들이 플랫폼 이용을 중단하며 항의하고 있지만, 트위터는 오히려 ‘정부 자금 지원 미디어’ 라벨 표기를 더 확대하고 있어요. 호주 ABC, SBS, 뉴질랜드 RNZ, 스웨덴의 SR Ekot과 SVT, 스페인 카탈루냐 TV3.cat 등의 방송사가 포함됐어요.
(출처: ABC 트위터 캡쳐)
호주 ABC는 라벨 표기에 대해 “ABC는 90년 동안 항상 정치적, 상업적 이익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미디어 조직이었으며 여전히 그렇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라벨은 대중들이 방송사가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할 수 있어요.
공정한 트위터 만들겠다고 하는 게 ‘라벨 작업?’…실효성에는 의문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투명성과 관련해 라벨 표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정확하게 해보자”며 “그렇다면 70%는 정부 자금 조달이라고 쓰는 건 괜찮냐”며 날을 세웠어요. 그는 공정한 트위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자금 지원 미디어 라벨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어요.
‘정부 자금 지원 미디어’라고 라벨을 표기하는 것은 특정 방송사에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입니다. 물론 일부는 정말 정부 선전 매체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매체는 억울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머스크의 트위터는 공정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방송사에 라벨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방송사에 ‘정부 지원’ 꼬리표를 부여하는 게 과연 공정한 트위터를 만들기 위한 길인지는 의문이 드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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